계약직
홍일표
그는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있다
수시로 떼었다 붙였다 하며
동서남북 흘러 다니는 모가지다
떠도는 발바닥 아래
항상 비상 출동용 구름을 대기시켜 놓는 것
너무 깊이 말뚝 박지 않는 것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터득한
바람의 생존 전략이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주섬주섬 짐을 싸서
몇 개의 쇼핑백에 몸을 담는다
곳곳에 둥둥 떠다니는 목
운 좋게 주인을 만난 목이 낙과처럼 뛰어내린다
과육의 달콤한 맛과 향을 탕진하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통조림 강통처럼 버려져
다시 떠다녀야 하는 목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깜박이다가
땅바닥에 떨어져 깨어진
태양
그는 목을 떼어
일용직 인력시장 서랍에 맡겨놓았다
비로소 그는 목 없는 사람이 되었다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탁은 지구다/ 이문재 (0) | 2009.04.29 |
---|---|
폭설(오탁번) (0) | 2009.04.29 |
[스크랩] 개 같은 날 2/김신용 (0) | 2009.04.29 |
용산철거민 참사 추모시 / 송경동 (0) | 2009.04.29 |
저녁의 고릴라......國家, / 장석원 (0) | 200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