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계약직 / 홍일표

문근영 2009. 4. 29. 11:57

계약직


홍일표


그는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있다
수시로 떼었다 붙였다 하며
동서남북 흘러 다니는 모가지다
떠도는 발바닥 아래
항상 비상 출동용 구름을 대기시켜 놓는 것
너무 깊이 말뚝 박지 않는 것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터득한
바람의 생존 전략이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주섬주섬 짐을 싸서
몇 개의 쇼핑백에 몸을 담는다
곳곳에 둥둥 떠다니는 목
운 좋게 주인을 만난 목이 낙과처럼 뛰어내린다
과육의 달콤한 맛과 향을 탕진하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통조림 강통처럼 버려져
다시 떠다녀야 하는 목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깜박이다가
땅바닥에 떨어져 깨어진
태양
그는 목을 떼어
일용직 인력시장 서랍에 맡겨놓았다
비로소 그는 목 없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