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 2 / 김 신 용
나는 개였다
빌딩이 허공의 엉덩이를 찌르는데
공장의 굴뚝들이 하늘의 턱에 주먹질을 하는 서울인데
시장에, 거리에 저렇게 물신(物神)들이 넘쳐흐르는데
허기의 끈에 목줄을 맨, 품삯의 뼈다귀에 침 질질 흘리는
오뉴월, 비루먹은 개였다
어떤 밥을 먹어야 사나
굶주려도, 차라리 서울역 남산공원에서 난장을 꿀려도
개밥은 먹지 않아야 하나
오늘도 구청의 댓빵들은 15,000원짜리 뼈다귀를 내밀며
양동의 개들을 흘리고 있다
방세 하루치만 밀려도 마귀할멈으로 변하는 주인 뭉치
지하도에서 후리가리의 발길질에 넋의 척추가 부러져도
눈쌉 하나 까딱 않는 서울,
내 배고픔의 거리에 쓰러져 신음할 때
물 한 모금 부르튼 입술 적셔주는 이 없는 시멘트 벌판에서
아, 저 구수한 생선 뼈다귀 냄새 어이하나
냄새 코를 막고 뼈다귀 쥔 손을 물어뜯어야 하나
일일취업소의 철제문이 떨어지는 아침이면
목잘려 거리에 뒹구는 이 하루,
감장의 철문도 너무 낯익어, 니 또 왔나? 와, 바깥에는 잘 데 없드나?
부끄러워, 얼굴에 아무리 철판을 깔아도 철문 보기가 민망해
염치없이 가다밥 좀 씹자고 또 빈대 붙을 수도 없어
눈먼 손에 쥐어주는 함마, 산비탈 판잣집을 내리치며
몸 속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있는 허망을 박살낼 때
이 개 같은 놈들아! 철거민의 울부짖음의 손톱에
가슴 갈가리 찢겨도, 이 하루를 헐떡이는 개였다
뼈를 다 뽑아서라도 이 판잣집 한 채 몸 짓고 싶은
아무거나와 흘레붙는 나는 개였다.
개 같은 날들의 기록(세계사 1990)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설(오탁번) (0) | 2009.04.29 |
---|---|
계약직 / 홍일표 (0) | 2009.04.29 |
용산철거민 참사 추모시 / 송경동 (0) | 2009.04.29 |
저녁의 고릴라......國家, / 장석원 (0) | 2009.04.29 |
[이문재]농업박물관 소식 (0) | 200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