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고릴라......國家,
불빛에 잠긴 저녁의 포클레인에 대하여 나는 할 말이 없다
녹슨 기율이나 검은 쇳덩이 혹은 인터내셔널과는 무관하기에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자본가여 굶어 죽어라
그건 폭력 한때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좋아했다
모두가 빨고 빨리고 모두가 적이 되지만
고릴라는 채혈 당한다 고릴라는 고개 꺾고 숨을 몰아쉰다
오늘은 첫번째 그리고 세번째 겨울날
구불구불한 골목에서 불어온 바람이 먼지를 날린다
구호 요란한 노변에서 포클레인이 건물을 철거했다
부서져야 할 세계는 길 건너에 있다
커다란 회색 주먹으로 벽을 난타하는 고릴라
강철 외피와 디젤엔진이 조화롭게 파괴를 진행한다
고릴라가 가슴을 두드리며 암컷을 유혹하는 듯하다
나는 뚫리고 있는 중이다 시멘트 분말처럼 흘러내린다
최신의 국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사람이 건설한다*
정릉 언덕의 철거 현장에서 껌을 씹으며 서 있을 때
저녁은 깊어지고 구두에 흙이 묻고 단추는 떨어진다
잠시 후 금성이 떠올랐고 포클레인은 엔진을 정지시켰다
캐터필러를 밟고 올라 운전석에 앉는다 고릴라의 어깨 같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열린 창문으로 침입해오는 바람
무릎 꿇은 고릴라의 숨결처럼 나를 강탈하는 느린 어둠
* 플라톤의 말을 변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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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꽂힌 시집1]
우편함에 시집이 꽂혀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보내준 시집에 대한 답례일거라고 생각했다.
시집을 읽는 내내 그의 철학적 사유가 내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치부하기에는 쓸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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