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지구다’- 이문재‘(1959∼ )
식탁은 지구다
중국서 자란 고추
미국 농부가 키운 콩
이란 땅에서 영근 석류
포르투갈에서 선적한 토마토
적도를 넘어온 호주산 쇠고기
식탁은 지구다
어머니 아버지
아직 젊으셨을 때
고추며 콩
석류와 토마토
모두 어디에서
나는 줄 알고 있었다
닭과 돼지도 앞마당서 잡았다
삼십여 년 전
우리 집 둥근 밥상은
우리 마을이었다
이 음식 어디서 오셨는가
식탁 위에 문명의 전부가 올라오는 지금
나는 식구들과 기도 올리지 못한다
이 먹을거리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탓이다
뭇 생명들 올라와 있는 아침이다
문명 전부가 개입해 있는 식탁이다
식탁이 미래다
식탁에서 안심할 수 있다면
식탁에서 감사할 수 있다면
그날이 새날이다
그날부터 새날이다
납 넣은 중국산 꽃게, 광우병 걸린 미국산 쇠고기, AI에 노출된 닭과 계란… 식탁 위 전지구적으로 공출해온 눈부신 먹거리 속에 담긴 잔류농약, 중금속?화학물질, 항생물질, 치명적인 세균들… 우리 몸에 축적되는 독극물들, 문명의 대가! 식탁을 지키는 일이 미래를 여는 일입니다.
<정끝별·시인>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창(悲愴) / 황규관 (0) | 2009.04.29 |
---|---|
저녁 무렵 / 임성용 (0) | 2009.04.29 |
폭설(오탁번) (0) | 2009.04.29 |
계약직 / 홍일표 (0) | 2009.04.29 |
[스크랩] 개 같은 날 2/김신용 (0) | 200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