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함민복의「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감상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매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들을 당장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의 힘으로 세계가 윤활히 돌아가고 별과 꽃이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정희성의 「꽃샘」감상 꽃샘 정희성 봄이 봄다워지기까지 언제고 한번은 이렇게 몸살을 하는가보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꽃을 피울까마는 어디서 남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 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 시집 『詩를 찾아서』(창비, 2001) -----------------------------------------------------------------------------------------..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달맞이꽃을 먹다니 / 최문자 달맞이꽃을 먹다니 최문자 감마리놀렌산이 혈행에 좋다고 그렇다고 그 꽃을 으깨다니 그 꽃 종자를 부수고 때리고 찢어서 캡슐 안에 처넣다니 그 피범벅 꽃을 먹고 혈관의 피가 잘 돌아가다니 욕심껏 부풀린 콜레스테롤이 그 꽃에 놀아나다니 그렇다고 나까지 하루 두 번 두 알씩 그걸 ..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천국의 개 / 김형술 천국의 개 김형술 그 도시의 개들은 목사리가 없다 지천인 장미사과나무 그늘 굳이 사양한 채 아무 대로변에 앉거나 누워 매캐한 폭염을 들이켜면서도 그 도시의 개들은 혀를 빼물지 않는다 한낮의 저잣거리 끓는 기름 솥 곁 좌판 수레바퀴 아래 가리지 않고 제가 주인인 양 제가 손님인 ..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고독사에 대한 보고서 / 공광규 고독사에 대한 보고서 공광규 시골 재당숙이 혼자 살다 돌아가셨다 집안 역사교과서 한 권이 동네 이야기책과 지적도 한 책이 신명꾼 하나가 사라졌다 혈관부에 피가 돌던 굽은 나무 한 그루가 평생 동네를 떠나 본 적이 없는 말뚝 하나가 뽑혀 그 자리에 누웠다 매일 아침 열리던 대문이..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울부짖는 서정 / 송찬호 울부짖는 서정 송찬호 한밤중 그들이 들이닥쳐 울부짖는 서정을 끌고 밤안개 술렁이는 벌판으로 갔다 그들은 다짜고짜 그에게 시의 구덩이를 파라고 했다 멀리서 야생의 개들이 퉁구스어로 사납게 짖어대는 국경의 밤이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용케 살아남았는지 이제 너의 안으로 은밀..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분홍을 기리다 / 조용미 분홍을 기리다 조용미 산그늘 한쪽이 맑고 그윽하여 들었더니 거기 키 큰 철쭉 한 그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엷은 분홍빛 다섯장의 통꽃들 환하여 그 아래 잠시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지요 그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니 열꽃이 살며시 번졌습니다 이른 봄꽃들 지나간 봄 숲을 먼 등불처럼 어..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변신 / 김이듬 변신 김이듬 나는 변하겠다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게 뼈를 톱으로 갈 때는 아프겠지 아픈 건 아포리즘만큼 싫다 성형 전문의가 검정 펜으로 여자 얼굴에 직선 곡선을 그은 사진이 버스 손잡이 앞에 있다 전후의 사람이 동일인이라면 나도 하고 싶다 손님에게만 화장실 열쇠를 주는 카페..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독설 / 조옥엽 독설 조옥엽 수십 년 낮과 밤이 쌓은 단단한 철벽 단숨에 뚫고 나타났다 산산한 가슴 찌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날렵한 야수 놈이 어디에 사는지는 아무도 몰라 몸통도 얼굴도 색깔도 정년도 없는 유령, 날이 갈수록 혈기왕성 기세등등 단언컨대 놈의 가슴에 불로초 이파리 무성한 게 틀..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백주(白晝)의 식사 / 정병근 백주(白晝)의 식사 정병근 식욕이라는 것 똑바로 본다 쫓기는 자의 식욕은 저렇듯 치명적이다 후루룩거리며 머리를 박고 뭔가를 먹는다는 일 내장을 파먹다 들킨 짐승처럼 피 묻은 입가를 훔치면서 가끔 고개를 들고 주위를 경계하는 저 번들거리는 눈알 노란 귤들을 길가.. 좋은시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