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어떤 문상 / 조정인 어떤 문상 조정인 아기들이 말을 배우는 봄 어떤 천사들은 고작 사나흘 어린 날갯짓으로 오네 노란 멀미처럼 나비 한 마리 어른어른 삼월 맨흙에 내려앉아 이마를 얹고 엎드렸네 콧잔등에 실핏줄이 내비치는 파리한 아기는 푸르고 묽은 똥을 스르르 흘렸을 텐데, 손발이 시리고 혈관을 ..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몸살 / 김선우 몸살 김선우 나는 너의 그늘을 베고 잠들었던 모양이다. 깨보니 너는 저만큼 가고. 나는 지는 햇살 속에 벌거숭이로 눈을 뜬다. 몸에게 죽음을 연습시키는 이런 시간이 좋아. 아름다운 짐승들은 떠날 때 스스로 곡기를 끊지. 너의 그림자를 베고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는 지구의 시간. 해..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 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 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봉숭아 / 도종환 봉숭아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측량 / 안희연 측량 안희연 수신인을 알 수 없는 상자가 배달되었다 상자를 열어보려고 하자 그는 만류했다 열어본다는 것은 책임지겠다는 뜻이라고 우리는 상자를 앞에 두고 잠시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때 상자가 움직였다 생명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 누군가에게 영원히 되돌아갈 집이 된다는 것..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랜덤박스 / 류휘석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_ 류휘석 「랜덤박스」 랜덤박스 류휘석 내겐 매일 허들을 넘다 실패하는 광대들이 살아요 불필요한 기념일이 빼곡한 달력, 숨 쉴 날이 없어요 나 대신 종이에 누워 숨 쉬는 사람들 밤이 되면 광대는 잠을 자고 나는 일어납니다 나는 허들을 치우고 부서진..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201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엄마는 저렇게 걸어오지 않는다 / 노혜진 2019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_ 노혜진 「엄마는 저렇게 걸어오지 않는다」 엄마는 저렇게 걸어오지 않는다 노혜진 예순두 살에 뽀얀 속살입니다 시야각으로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 벗고 만날 수 있고 온몸을 훑고도 괜찮아요 엄마는 때수건과 우유를 손에 들고 옵니다 우리는 깨끗..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201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당신의 당신 / 문혜연 2019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_ 문혜연 「당신의 당신」 당신의 당신 문혜연 새들의 울음은 그들의 이름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요 원래 인간은 제 이름보다 남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 종이잖아요 나는 당신의, 당신은 나의 이름을 새들에게 우리는 우리일까요 우리..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201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 박신우 2019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_ 박신우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박신우 별이 깃든 방, 연구진들이 놀라운 발견을 했어요 그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별을 발견 했습니다 그 크기는 목성보다 작고 토성보다 약간 큰 정.. 좋은시 2019.02.11
[스크랩]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마지막 할머니와 아모르 강가에서 / 조온윤 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_ 조온윤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조온윤 할머니가 있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가판대 위 물고기의 눈알처럼 죽어가면서도 시선을 잃지 않아서 그 아득한 세월의 흔들의자에 앉아 여전히 이승의 장경을 관망.. 좋은시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