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선우 시집 『녹턴』- 검은 미사에서 나를 보았다 외 2편 검은 미사에서 나를 보았다 (외 2편) 김선우 여러 겹의 잠을 차례로 떠내는 중이네. 내 뼈의 나이테에도 고통이 키운 마디가 제법 되네. (누구나 그렇듯) 세월이란 푸른곰팡이 슨 고통의 마디마디 희고 검은 건반이 되는 동안, 이라 적어두는 게 좋으리. 누르면 어떤 장단으로든 음악이 되는..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황봉학 시집 『주술사』- 주술사 외 2편 주술사 (외 2편) 황봉학 태초에 땅에는 검은 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돌로 점을 치는 주술사가 있었다 그는 돌에서 화살촉을 꺼내 이리떼를 죽이고 곰을 죽였다 이리와 곰을 먹고 자란 그는 주술의 힘을 빌려 다른 종족의 머리에 화살을 박았다 화살촉이 두려운 종족은 그의 종이 되고 그는..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김언희 시집 『보고 싶은 오빠』- 회전축 외 2편 회전축 (외 2편) 김언희 23도26분21초4119 지구의 기울기는 발기한 음경의, 기울기 이 기울기를 회전축으로 지구는 자전한다 캐논 인페르노 손에 땀을 쥐고 깨어나는 아침이 있다 손에 벽돌을 쥐고 눈을 뜨는 아침이 있다 피에 젖은 벽돌이 있다 젖은 도끼 빗이 있다 머리 가죽이 벗겨질 때까..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오봉옥 시선집 『나를 만지다』- 나를 던지는 동안 외 2편 나를 던지는 동안 (외 2편) 오봉옥 1 그대 앞에서 눈발로 흩날린다는 게 얼마나 벅찬 일인지요 혼자서 가만히 불러본다는 게, 몰래몰래 훔쳐본다는 게 얼마나 또 달뜬 일인지요. 그대만이 나를 축제로 이끌 수 있습니다 2 그대가 있어 내 운명의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그댈 보았기에 거센 바..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송종규 시집 『검은색』- 고딕 숲 외 1편 고딕 숲 (외 1편) 송재학 전나무 기둥이 떠받치는 숲 속 습한 고딕체의 나무가 훌쩍 자라서 연등천장의 내면을 떠받치는 중이다 고딕 숲에서 내 목울대는 하늘거리는 풀처럼 검은색 너머 기웃기웃, 수사복 사내들의 검은색이 나무의 뼈라면 검은색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의 죽음/자살이..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강서완 시집 『서랍마다 별』- 고전적인 불볕 외 2편 고전적인 불볕 (외 2편) 강서완 그러면 칸나는 줄 없는 기타로 어떤 색을 노래할까? 슬픔을 쏟아낸 살결처럼 어둠은 빛의 내면을 찾아가는 것 몸으로 말해야 할 때 삶은 가장 단순해진다 날아오른 무용수가 몸을 펼치듯 더위를 껴안은 칸나는 팔다리와 웃음이 복원된 토르소다 헝클어진 빨..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신덕룡 시집 『하멜서신』- 풋잠에 들다 외 2편 풋잠에 들다 (외 2편) ―하멜서신 신덕룡 이게 무슨 일인지 도대체 설명할 길 없습니다. 누구 하나 눈길 건네는 이도 따라오는 기척도 없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가도 가도 언제나 제자리, 떠난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멀리 강진을 지나 마량포구까지..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박승민 시집 『슬픔을 말리다』- 슬픔을 말리다 외 2편 슬픔을 말리다 (외 2편) 박승민 이 체제 下에서는 모두가 난민이다. 진도 수심에 거꾸로 박힌 무덤들을 보면 영해조차 거대한 유골안치소 같다. 숲 속에다가 슬픔을 말릴 1인용 건초창고라도 지어야 한다. 갈참나무나 노간주 사이에 통성기도라도 할 나무예배당을 찾아봐야겠다. &..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송찬호 시집 『분홍나막신』- 분홍 나막신 외 2편 분홍 나막신 (외 2편) 송찬호 님께서 새 나막신을 사 오셨다 나는 아이 좋아라 발톱을 깍고 발뒤꿈치와 복숭아뼈를 깎고 새 신에 발을 꼬옥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짓찧어진 맨드라미 즙을 나막신 코에 문질렀다 발이 부르트고 피가 배어 나와도 이 춤을 멈출 수 없음을 예감하면서 님께서..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이덕규 시집 『놈이었습니다』- 이슬의 탄생 외 2편 이슬의 탄생 (외 2편) 이덕규 주로 식물에 기생한다 입이 없고 항문이 없고 내장이 없고 생식이 없어 먹이사슬의 가장 끝자리에 있으나 이제는 거의 포식자가 없어 간신히 동물이다 태어나 일생 온몸으로 한곳을 응시하거나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한순간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진다.. 좋은시 201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