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6492

[스크랩] 김민정 시집 『아름답고 쓸모 없기를』-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외 2편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외 2편) 김민정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 다리 두 개가 V자 안테나처럼 돌의 양옆 모래 속에 꽂혀 있었다 눈사람의 몸통 같은 돌이었다 야호 하고 만세를 부르는 돌..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려 원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 꽃들이 꺼지는 순간 외 1편

꽃들이 꺼지는 순간 (외 1편) ​ ​려 원 툭 하고 꺼졌다 아버지는 캄캄한 방을 흔들어 촬촬 소리가 나면 불꽃이 수명이 다한 거라 했다 할머니에게 주려고 동백을 돌려 땄다 그때 퍽, 봄이 꺼졌다 알을 빻은 동백을 삼베주머니에 넣고 쥐어짜던 두 손 사이로 부드러운 머리카락..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강경호 시집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외 1편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외 1편) 강경호 한 줄의 시도 못 쓰고 있을 때 길을 잘못 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 한 마리 날아들었다 놀란 새는 내 관념의 이마를 쪼다가 출구를 찾으려 발버둥 쳤다 책에 부딪혀 깃이 빠지고 상처를 입은 새를 바라보는 동안 고통스러웠다 새는, 이 따위 답답한 ..

좋은시 2018.12.20

[스크랩] 이상국 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외 3편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외 3편) 이상국 나 어렸을 적 보름이나 되어 시뻘건 달이 앞산 등성이 어디쯤에 둥실 떠올라 허공 중천에 걸리면 어머니는 야아 야 달이 째지게 걸렸구나 하시고는 했는데, 달이 너무 무거워 하늘의 어딘가가 찢어질 것 같다는 것인지 혹은 당신의 가슴이 미어터지도..

좋은시 201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