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김정임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소라의 집 / 김정임 외포리 뻘밭 소라의 집을 보셨나요 굵은 밧줄 한 개씩 기둥처럼 세워서 수 백 개 다닥다닥 붙은 소라의 빈 집들 지금은 선홍빛 노을만 그물질하고 있어요 빈집의 적막이 굴뚝의 연기처럼 피어올라 밀물대신 갯내 나는 뻘밭을 메워..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9
[스크랩] 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박문혁 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 박문혁 아버지가 다리미 하나 들고 세상 한 가운데 섰다. 비록 세상이 알 굵은 사포처럼 거칠다 해도 창가에서 응원가를 불러주는 벽돌만한 금성 라디오 벗 삼아 묵묵히 하루를 다렸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감은 손목이 아리도..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9
[스크랩] 200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박지선 200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그 흰 빛 / 박지선 장롱 맨 아래 한지에 곱게 싸여 있는 한 필의 모시 철이 바뀌어도 결코 위아래 섞이는 일 없다. 깊은 禪定에 든 석불 같다. 하나의 풀씨가 한 필의 베로 태어나기까진 잿물로 살과 피를 녹이는 고통이 필요하다. 흐르는 시냇물 속에서..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9
[스크랩] 2008년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 조혜정 2008년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나무는 나뭇잎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 조혜정 처음 찍은 발자국이 길이 되는 때 말의 반죽은 말랑말랑 할 것이다 나무는 나뭇잎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쏙독새는 온몸으로 쏙독새일 것이다 아랫도리를 겨우 가린 여자와 남자가 신석기의 한 화덕에 처음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9
[스크랩]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선애 2008년 년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벼운 산 / 이선애 태풍 나리가 지나간 뒤, 아름드리 굴참나무 등산로를 막고 누워 있다. 오만상 찌푸리며 어두운 땅속을 누비던 뿌리 그만 하늘 향해 들려져 있다. 이젠 좀 웃어 보라며 햇살이 셔터를 누른다. 어정쩡한 포즈로 쓰러져 있는 나무는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9
[스크랩] 200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가작) / 김은실 2008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가작) 오월의 잠 / 김은실 황사를 빠져나오자 나의 행방은 나무들의 습성을 닮아간다 뒤를 돌아보면 오롯이 되살아나는 잎새들의 발자국 기린처럼 도시를 넘겨보거나 하루의 마지막 햇살들을 꿈인듯 곱씹어간다 사막이 될 사랑과 목마름 하나로 건너야 할..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9
[스크랩] 200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구두 수선공 / 최일걸 그는 구두 밑창에 겹겹이 달라붙은 길들을 더듬는다 뒤엉킨 길들을 풀어놓으려는 그의 손마디가 저릿하다 시한폭탄을 해체할 때처럼 진땀나는 순간, 자칫 잘못 건드리면 길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서거나 뜀박질이 그의 심장을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8
[스크랩] 200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지현 200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오리떼의 겨울 / 이지현 강 위에 오리가 머리를 숙였다 올린다 노란 부리로 쪼아낸 물방울은 베틀을 돌리지 않았는데도 모퉁이에서 가운데로 물결을 만들어간다 물결이 엉키지 않도록 휘휘 발 저어 옮기는 오리들, 혼자서는 저 넓은 강을 물고 날아오..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8
[스크랩] 2008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공인숙 바람의 일 / 공인숙 오랫동안 바람을 사랑했습니다 바람만큼 외롭고 쓸쓸한 건 이 지상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들녘에서, 포구에서, 노을 비껴가는 강가에서도 언제나 안녕하며 내 마음을 쓸어줍니다 바람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습니다 다만, 살구꽃이 눈부신 날 할머니 무릎베개에 옛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8
[스크랩] 2008년 전북중앙 신춘문예 당선시 (가작) / 김지고, 노기민 2008 전북중앙 신춘문예 당선시 (가작) 명함 (김지고) 경건한 설거지 (노기민) 명함 / 김지고 당신이 떨구고 간 가을이 불쑥 명함을 내밀었다 건물과 그림자 사이를 내통하는 햇살 아래 찢어질 듯, 겨드랑이 날개로만 살아가는 회색의 떨켜에서 떨어진 가랑잎, 나비 서리 맞은 꽃술에 시든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