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길이 나를 들어 올린다 / 손택수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손택수 구두 뒷축이 들렸다 닳을 대로 닳아서 뒷축과 땅 사이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한 공간이 생겼다 깨어질 대로 깨어진 구두코를 닦으며 걸어오는 동안, 길이 이 지긋지긋한 길이 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나 보다 닳는 만큼, 발등이 부어오르는 만큼 뒷꿈치를 뽈..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1
[스크랩] 붉은 사슴동굴 / 김정임 / 제5회(2012년) 미네르바 작품상 붉은 사슴동굴 김정임 오동나무 안에 당신이 누워있다 부은 무릎을 펴는지 나무 틈 사이 삼베옷 스치는 소리가 새 나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어디쯤에 꽃잎이 열린 곳일까 눈이 어두운 사람처럼 오동나무 무늬 를 더듬어야 우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추억들..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1
[스크랩] 반음계 / 고영민 /2012년 지리산 문학상 당선작 2012년 지리산 문학상 반음계 고영민 새소리가 높다 당신이 그리운 오후 꾸다만 꿈처럼 홀로 남겨진 오후가 아득하다 잊는 것도 사랑일까 잡은 두 뼘 가물치를 돌려보낸다 당신이 구름이 되었다는 소식 몇 짐이나 될까 물비린내 나는 저 구름의 눈시울은 바람을 타고 오는 수동밭 끝물 참..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0
[스크랩] 봄밤 / 권혁웅 / 2012년 미당문학상 수상작 2012 미당문학상 수상작 봄밤 /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0
[스크랩] 여자 / 양애경(2012년 제10회애지문학상 수상) 여자 양애경 양잿물로 삶아 햇볕에 잘 말린 란닝구처럼 하얗고 보송한 여자 가슴팍에 코를 묻으면 햇빛 냄새가 나는 여자 머리칼에 뺨을 대면 바람 냄새가 나는 여자 잘 웃는 여자 낡은 메리야스처럼 주변 습기를 금방 흡수해 쥐어짜기만 하면 물이 흐르는 여자 잘 우는 여자 편서풍에 날..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9
[스크랩]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 김관민 (2013년 제18회 지용문학상 당선작)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김관민 미안해요, 당신을 윤리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신발을 신발장에만 가두려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수학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모든 걸 계산하려고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국어책에 담..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9
[스크랩]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 / 김수영 문학상수상작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6
[스크랩] 이포나루 / 박정수 / 제2회 최치원 문학상 이포나루 박정수 노을은 흐르는 강의 내력까지 잡아 삼켰다 백년 전 이곳의 흥정물은 소금이었다 굽이굽이 싱거워진 삶의 내력을 돋구는 데엔 소금이 제격이었다 때로 가뭄에 콩 나듯 오지 않는 기다림을 움켜쥔 채 몇몇은 쉽사리 불어나지 않는 강심을 애태우기도 하며 새벽 가까이 포..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6
[스크랩] 딩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 이성복 제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이성복 그 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불임의 살구나무는 시들어갔다 소년들의 성기에는 까닭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까지 이민을 떠났다 우리는 유학가는 친..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5
[스크랩] 다행한 일들 / 김소연 / 제10회 노작문학상수상작 제10회 노작문학상수상작 ​ 다행한 일들 김소연 비가 내려, 비가 내리면 장롱 속에서 카디건을 꺼내 입어, 카디건을 꺼내 입으면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조개껍데기가 만져져, 아침이야 비가 내려, 출처를 알 수 없는 조개껍데기 하나는 지난 계절의 모든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