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손택수
구두 뒷축이 들렸다
닳을 대로 닳아서
뒷축과 땅 사이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한
공간이 생겼다
깨어질 대로 깨어진 구두코를 닦으며
걸어오는 동안, 길이
이 지긋지긋한 길이
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나 보다
닳는 만큼, 발등이
부어오르는 만큼
뒷꿈치를 뽈끈
들어올려주고 있었나 보다
가끔씩 한쪽으로 기우뚱 몸이 기운다는 건
내 뒷축이 허공을 딛고 있다는 얘기
허공을 딛으며 걷고 있다는 얘기
이제 내가 딛는 것의 반은 땅이고
반은 허공이다
그 사이에 내 낡은 구두가 있다
<2007년 제9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작>
출처 : 수천윤명수시인과함께
글쓴이 : 수천/윤명수&짝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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