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슴동굴
김정임
오동나무 안에 당신이 누워있다 부은 무릎을 펴는지 나무 틈 사이
삼베옷 스치는 소리가 새 나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어디쯤에 꽃잎이 열린 곳일까 눈이 어두운 사람처럼 오동나무 무늬
를 더듬어야 우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추억들이 푸른 핏줄을 터뜨리며 둥글게 솟은 흙 속으로 스며들자 검
은 구름이 터질 것 같이 어깨를 들썩였다
이미 저 빙하기 붉은 사슴동굴에서 슬픔이 깃든 뼈를 수만 번 누이
고 있는데 나는 어느 시간의 물거품을 이곳에서 휘젓고 있는 것은 아
난지
물기 빠져나간 바람의 흰 깃털이 저녁 숲에 흩날렸다 깊은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달력 속에 굵은 빗금을 천천히 그었다
-계간『시안』(2012년 가을호)
(제5회 미네르바작품상 수상작)
출처 : 수천윤명수시인과함께
글쓴이 : 수천/윤명수&짝꿍 원글보기
메모 :
'다시 보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복도 / 이준규 (0) | 2015.05.23 |
---|---|
[스크랩] 길이 나를 들어 올린다 / 손택수 (0) | 2015.05.21 |
[스크랩] 반음계 / 고영민 /2012년 지리산 문학상 당선작 (0) | 2015.05.20 |
[스크랩] 봄밤 / 권혁웅 / 2012년 미당문학상 수상작 (0) | 2015.05.20 |
[스크랩] 여자 / 양애경(2012년 제10회애지문학상 수상) (0) | 2015.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