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붉은 사슴동굴 / 김정임 / 제5회(2012년) 미네르바 작품상

문근영 2015. 5. 21. 16:02

붉은 사슴동굴

 
  김정임

 

 

  오동나무 안에 당신이 누워있다 부은 무릎을 펴는지 나무 틈 사이
삼베옷 스치는 소리가 새 나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어디쯤에 꽃잎이 열린 곳일까 눈이 어두운 사람처럼 오동나무 무늬
를 더듬어야 우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추억들이 푸른 핏줄을 터뜨리며 둥글게 솟은 흙 속으로 스며들자 검
은 구름이 터질 것 같이 어깨를 들썩였다
 

  이미 저 빙하기 붉은 사슴동굴에서 슬픔이 깃든 뼈를 수만 번 누이
고 있는데 나는 어느 시간의 물거품을 이곳에서 휘젓고 있는 것은 아
난지


  물기 빠져나간 바람의 흰 깃털이 저녁 숲에 흩날렸다 깊은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달력 속에 굵은 빗금을 천천히 그었다

 

 


-계간『시안』(2012년 가을호) 
(제5회 미네르바작품상 수상작)

 

 

출처 : 수천윤명수시인과함께
글쓴이 : 수천/윤명수&짝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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