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나루
박정수
노을은 흐르는 강의 내력까지 잡아 삼켰다
백년 전
이곳의 흥정물은 소금이었다
굽이굽이 싱거워진 삶의 내력을 돋구는 데엔 소금이 제격이었다
때로 가뭄에 콩 나듯 오지 않는 기다림을 움켜쥔 채
몇몇은 쉽사리 불어나지 않는 강심을 애태우기도 하며
새벽 가까이 포구의 안쪽을 헤매었으리라
이포나루
東西간의 교류가 남한강을 묶어놓았던 곳,
상인들의 흥정은 멀리 장호원까지 들릴듯 끊어지지 않았고
내 가계의 내력도 그곳에서 시작되었음을 저 강은 알리라
강은 거울이다
무수히 변화된 일상들을 비추며 희부연 기억 하나도 놓치지 않는,
오랜 세월
침묵의 깊이만 어루만지고 있는 강은 금이 가지 않는 거울이다
할머니의 손맛은 천서리(川西理)를 낳았고
그 기억의 맛은 강을 따라 서해 어느 비린 항구까지 닿았음을
소금들의 내력은 거슬러 거슬러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든 젖은 강에 손을 디밀면 그때의 흥정소리 지금도 만질 수 있다
*이포나루 :소금이 교역되던 곳
―시집『봄의 절반』(천년의 시작, 2010)
(제2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
출처 : 수천윤명수시인과함께
글쓴이 : 수천/윤명수&짝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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