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린의 목은 갈데없어 / 이병일 / 제16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기린의 목은 갈데없이 이병일 기린의 목엔 광채 나는 목소리가 없지만, 세상 모든 것을 감아올릴 수가 있지 그러나 강한 것은 너무 쉽게 부러지므로 따뜻한 피와 살이 필요하지 기린의 목은 뿔 달린 머리통을 높은 데로만 길어 올리는 사다리야 그리하여 공중에 떠 있는 것들을 쉽게 잡아..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5
[스크랩]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통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를 들여다보면 너는 어느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한 얼마나 장렬..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5
[스크랩] 따뜻한 소음/ 전향 따뜻한 소음/ 전향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40대 초반에 명퇴하고는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는 그, 처자식 모두 서울에 두고 홀로 쇠약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집을 찾아가 문을 여는데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문에 기름 좀 쳐야겠다는 내 말에 밤늦도록 술 마시느라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5
[스크랩] 나는 누구인가의 지주이다 / 차주일 / 제5회 시산맥 작품상 나는 누군가의 지주(地主)이다 -늙은 삼각형의 공식 차주일 땀내 한 다랑이 경작하는 농사꾼과 악수할 때 손바닥으로 전해 오는 악력(握力)은 삼각형의 높이이다 얼굴이 경작하는 주름의 꼭짓점마다 땀방울이 열려 있다 땀이 늙은이 걸음처럼 느릿느릿 흘러내리는 건 얼굴에서 발까지 선..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4
[스크랩]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 미당 문학상 수상작 ​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있어요 ​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4
[스크랩] 굴참나무를 읽다 / 김현희 / 제14회 산림문화 작품 대상작 제14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대상작 ​ 굴참나무를 읽다 김현희 옹이와 한 몸으로 사는 나무에선 묵은 종이 냄새가 난다 찢어진 쪽수처럼 상처는 나무의 이력을 늘려간다 청설모는 굴참나무의 교정사 밑줄 긋듯 나무를 타고 오르며 상수리를 정독하고 솎아 낸 탈자들로 새끼를 키운..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11
[스크랩] 3월의 귀향 / 김동국 / 한국방송통신대학상 수상 월의 귀향 김동국 남들은 논밭을 챙겨 떠나는 고향을나는 스무 살의 3월에 빈 마음으로 돌아왔다 낮아진 뜰 아래 하늘은 엎드려 뒹굴고 쌓이지 않는 얘기를 쌓으며 봄눈이 내렸다 울 밑에 붙어선 개나리 마른 가지 아버지의 농업은 봄눈이었을까 내가 도시의 하늘에 외롭게 떠서 구석기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09
[스크랩] 제18회 《지용신인문학상》당선작 - 쥐, 세입자들/민슬기 쥐, 세입자들 / 민슬기 남의 집에 구멍을 빌려 지으면서 시작된 식탐이다 무엇이든 훔쳐야 직성이 풀리는 업보다 어둠을 갉아먹으며 사람들의 은밀한 말소리를 귀담아듣는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으므로 속절없이 칸칸이 들어찬 어둠을 헤맨다 침묵이 답이라 믿으며 썩은 음식물 냄새로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09
[스크랩] 제10회 《유심》 작품상 - 터미널 2/이홍섭 터미널 2 이홍섭 강릉고속버스터미널 기역 자 모퉁이에서 앳된 여인이 갓난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누가 볼세라 기역 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다 저 모퉁이가 다 닳을 동안 그녀가 떠나보낸 누군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녀는 모퉁이..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09
[스크랩] 2012년 여름호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작/ 정동재 산순이를 온전히 읽다 외 4편 정동재 민망하지만, 끝까지 쳐다만 보고 있어야 했던 산순이의 짧은 봄날 이랑에 씌운 비닐 다 찢어진다는 옆집노인장 성화로 발정 난 암캐의 목걸이를 풀어주지 못했다 복날 잡으면 딱 한 그릇 깜인 옆집 개 한 마리 꼴에 수캐라고 다섯 배나 큰 산순이 뒤꽁..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