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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목민심서』는 200년 전의 책입니다. 200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의 일에도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들어맞는 일이 많을까요. 진리란 역시 시공을 초월하여 인류의 지혜를 넓혀주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다산은 36세이던 1797년 윤6월에 생애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고을의 수령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황해도 곡산의 도호부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38세인 1799년 4월까지 22개월 정도, 햇수로는 3년 째 수령생활을 했습니다. 30대 후반의 왕성한 정신자세로 참으로 뛰어난 목민관 생활을 실천했음을 그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대기인 「자찬묘지명」 광중본에서도 상세하게 그때의 업적이나 실행한 사항을 기록했지만 다른 기록에도 여러 곳에서 훌륭한 공무집행 내력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목민심서』의 한 대목입니다.
“1798년(다산 37세) 겨울에 갑자기 독감이 번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나라에서 부자들에게 구호·치료·매장하는 일에 도움을 주면 그들에게 2품이나 3품의 벼슬 품계를 내린다고 하였다. 내가 곡산에 있을 때, 임금의 지시라고 널리 알렸더니 이에 응한 5명이 있었다. 일을 마친 뒤 황해감사에게 일일이 보고하니, 감사가 ‘다른 고을에서는 시행한 사람이 없으니 한 고을 백성만을 유별하게 올려 바칠 수 없다’라고 하면서 조정에 보고하지도 않고 말았다. 내가 즉시 승정원(대통령 비서실)에 보고를 올려 아뢰었다. ‘이다음부터는 반포하는 임금의 지시를 백성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니 당연히 곧 바로 임금과 의논하는 자리에서 아뢰는 것이 옳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 다면 내가 장차 상경하여 상소를 올리겠다’라고 했었다. 승정원에서 임금께 아뢰었더니, 임금이 크게 놀라 감사에게 2등 감봉조처를 내리고, 곡산의 5명에게는 모두 적합한 품계를 내려주었다.” (愛民 5장, 寬疾)
착한 일을 한 사람, 남의 어려움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합당한 보답을 해준다는 임금의 약속을 아랫사람들이 지키지 않을 때, 다산이 취한 조치는 오늘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옳은 일인가요. 나라님이 국민 앞에 약속한 내용을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까. 학자 정약용은, 행정가로서도 빈틈없고 치밀한 행정을 펴서 국민이 지도자를 믿고 따르게 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이래서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목민관의 소임을 철저히 이행한 다산을 역사는 잊지 못하고 기억하면서 찬양하는가 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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