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823

[스크랩] 붉은 사슴동굴 / 김정임 / 제5회(2012년) 미네르바 작품상

붉은 사슴동굴 김정임 오동나무 안에 당신이 누워있다 부은 무릎을 펴는지 나무 틈 사이 삼베옷 스치는 소리가 새 나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어디쯤에 꽃잎이 열린 곳일까 눈이 어두운 사람처럼 오동나무 무늬 를 더듬어야 우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추억들..

[스크랩]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 김관민 (2013년 제18회 지용문학상 당선작)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김관민 미안해요, 당신을 윤리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신발을 신발장에만 가두려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수학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모든 걸 계산하려고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국어책에 담..

[스크랩]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 / 김수영 문학상수상작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

[스크랩] 딩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 이성복 제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이성복 그 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불임의 살구나무는 시들어갔다 소년들의 성기에는 까닭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까지 이민을 떠났다 우리는 유학가는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