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버드나무 장례식 / 이중섶 버드나무 장례식 이종섶 두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었던 동네 어귀 버드나무 한 그루 길을 넓히기 위해 베어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연고조차 없어 애를 태웠으나 밑동이 잘려 우지끈 넘어진 나무를 운구하기 알맞게 자르기 시작했을 때 하나 둘 나타나는 유족들 가족들의 뿌리였..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6.06
[스크랩] 구두를 벗다 / 최은묵 <제9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작> 구두를 벗다 최은묵 수염은 뭔가 말을 하려고 밤새 입 주변에서 자랐다 아이는 면도기 속에 수염을 먹고 사는 곤충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면도기 보호망 속에서 먼저 살았던 부스러기들을 털어낸다 어제 짐을 싸던 손에 청하던 김 과장의 악수는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6.03
[스크랩] 소금사막 / 신현락 제3회 시산맥작품상 수상작품 소금사막 신현락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3만 5천년의 시간은 화석이 모래로 전이하는 데 충분한 풍량이어서 학자들이 사막의 발원지를 추정하는 근거로 들기도 하지만 밤마다 모래가 바다에 빠져 죽은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3만 5천년 후, 그 자리는 소..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6.01
[스크랩] 소중한 겨울 / 이장희 2012 불교문인협회 제1회 녹야원 문학상 소중한 겨울 이장희 오십천 일대에 눈이 내린다 서쪽은 저승 한 마리 겨울새가 서편 묘지쪽으로 울고 간다 눈이 내리는 하늘을 가르며 금호 들판이 하얗게 하늘과 맞닿았다 소중한 사람의 영혼이 연결되는 시간 고난에 찼던 어머니의 생애를 건강..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9
[스크랩] 박새의 장례식 / 김우진 2008년 수주 문학상 우수상 박새의 장례식 김우진 벚나무 가지에 하얀점박이 새울음이 걸려 있다 요란한 울음에 꽃들이 화르르 무너진다 안절부절, 이 나무 저 나무를 콩콩 뛰어날며 마음을 땅에 내려놓지 못하는 저 박새, 품고 살아온 내 안의 통한 같은 긴 소리, 바람이 눈물을 지우려고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8
[스크랩] 화농의 봄 / 김춘순 2012 제4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화농의 봄 김춘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것들을 상처가 내려다보고 있다 꽃들이 다래끼를 앓고 있다 납작한 돌멩이와 돌멩이 사이에 숨겨놓은 눈썹 발 돋음 하던 봄이 와르르 무너지면 눈썹이 묻어 있던 곳마다 꽃들이 진다 꽃의 입술, 바람을 물고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7
[스크랩] 주산지 왕버들/ 반칠환 주산지 왕버들/ 반칠환 누군들 젖지 않은 생이 있으려마는 150년 동안 무릎 밑이 말라본 적이 없습니다 피안은 발 몇 걸음 밖에서 손짓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내 슬픔을 다 건널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은 왜 낙타로 하여금 평생 마른 사막을 걷도록 하시고, 저로 하여금 물의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6
[스크랩]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아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6
[스크랩] 2015년 제21회 정지용 문학상 당선작 / 배정훈 죽변 배정훈 細竹이 늘어선 마을 어귀 어린 백구가 강동거리며 뛰놀고 주인 모를 고깃배들 붉고 푸른 깃발이 비늘처럼 결을 타고 운다. 수족관마다 산호 마냥 쌓인 게들 울긋한 소주 향내와 같이 타는 겨울 바다 더불어 붉어지는 한 세상을 지켜보며 술 취한 어부들 때로는 수줍었고 번잡..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5
[스크랩] 복도 / 이준규 제12회 박인환 문학상 수상작 복도 / 이준규 복도는 복도다, 복도는 걸어갈 수 있고, 복도는 서서 끝을 볼 수 있다, 복도는 너를 사랑한다, 복도는 말이 없고, 겨울밤의 복도는 조금 미쳐 있다, 복도에는 달빛이 흐르지 않고, 가로등빛이 흐르지 않고 복도의 불빛이 흐른다, 그것들은 흐르는..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