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봄시 모음 // <봄에 관한 시 모음> + 봄은 전쟁처럼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 나의시 2014.10.19
[스크랩] 섶다리 사랑 섶다리 사랑 - 문근영 달래 천 이쪽에서 저쪽까지 꼭 그만큼의 거리에 있는 너를 기다리는 일이 그랬다 맞잡은 물푸레나무 눈웃음이 물안개로 부풀어 오르더니 물결 매만지는 솔향이 좁고 가는 사랑을 섶으로 엮더니 휘감아 도는 물결에 쓸려갔다 한때 나는 너로 해서 너끈히 겨울을 날 .. 나의시 2013.04.20
[스크랩] 달팽이 - 문근영 달팽이 - 문근영 겹겹 근심 쌈 싸먹어 보겠다고 주말이면 가꾸던 남편의 배추밭에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야반도주로 이주해 온 달팽이 한 마리 살고 있다 한여름을 거뜬히 등에 지고 우박의 상처로 듬성듬성한 배추 겉잎에 붙어 자신이 우주 한 모퉁이를 떼어냈다고 종이박스 든 노숙인.. 나의시 2013.04.20
[스크랩] 봄, 갈대 - 문근영 봄, 갈대 - 문근영 갈대의 핏속에도 나의 계보에도 일렁이는 바람이 유전되고 있다 강을 흔드는 갈대가 그랬듯이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불었다 저 홀로 깊어지는 강물처럼 흔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대는 오직 그 자리를 사랑으로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바람이 오선지를 펼칠 적마다 .. 나의시 2013.04.20
[스크랩] 사과의 맛 - 문근영 사과의 맛 - 문근영 몸의 기억도 압축해 두었네 풀벌레 울음도 압축해 두었네 세레나데도 압축해 두었네 암술과 수술도 압축해 두었네 둥근 지붕도 압축해 두었네 드라마 속의 생도 압축해 두었네 현모양처도 압축해 두었네 배앓이도 압축해 두었네 가문의 내력도 압축해 두었네 남편 닮.. 나의시 2013.04.20
[스크랩] 연리지 사랑 연리지 사랑 문근영 하늘이 허락한 적 없는 사랑에 서로의 몸이 하나임을 문신으로 새겨요 생살 찢으며 등줄기에 파고든 또 다른 가지 한 몸으로 껴안다가 툭툭 불거진 상처가 나를 키워요 몸의 일부가 된다는 것 밀애蜜愛라 해야겠지요 오죽이나 절박했으면 터진 살점을 향기로 꿰맬 수.. 나의시 2013.04.20
담쟁이 - 문근영 담쟁이 - 문근영 아찔한 저 높이를 건너뛰면 붉은 벽돌을 층계처럼 오르는 성당 외벽 담쟁이에게 닿을 수 있을까 엿보고 싶은 오색유리 안쪽은 성지다, 체액은 끈끈해서 첨탑의 시간을 동여매지만 펼친 부채로 흔드는 잎들은 흔들리는 기도에 닿는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움을 흔드는.. 나의시 2013.03.01
어느 입양인의 말 - 문근영 어느 입양인의 말 - 문근영 나, 산과 물을 몰랐어요 푸른 물이 수평선 끌어당기며 달려오는 이유를 몰랐어요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며 다름과 동질성 속에서 회오리칠 때 아픈 다리를 절룩거렸지요 엄마와 함께 산 열 달이 모래알 같아 쓴 기억으로 씹히다 어느 순간 지워졌겠지요 그러나 .. 나의시 2013.02.02
애련愛戀 - 문근영 애련愛戀 - 문근영 당신 떠나 보내고 오래도록 어두운 바닷길 밝게 비춰주는 나는 등대이고 싶습니다 잠 설쳤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기다림의 파도에 발 묶였으므로 나는 포말 빛 등대입니다 철썩철썩 풀어놓는 그대 이름 빈 소라껍질 나뒹구는 해안선에 울려 퍼져도 메아리조차 보내오.. 나의시 201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