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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산의 차인(茶人)생활 / 박석무

문근영 2018. 11. 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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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차인(茶人)생활


귤동마을의 뒷산 다산(茶山)에 있는 다산초당에서 귀양살이 하던 다산, 그처럼 열심히 학문연구에 몰두하면서도, 틈만 나면 차를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며칠 전 한국전통예절교육문화원(이사장 안혜숙) 주관으로 대한민국차인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때 ‘다산과 차’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있어 저도 그 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장소는 남양주종합촬영소였습니다. 다산의 저서를 읽지 않는 날이 없이 살아가면서도 차에 대한 무관심과 지식의 부족으로 ‘다산과 차’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날 전문가들의 토론을 들으며 다산의 특별한 기호와 차에 관한 해박한 지식에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중국에서 유입된 차로 우리 민족이 다도를 즐겼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순전한 조선의 자생차가 국민적으로 보급되는 데에는 다산의 역할이 지대했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산초당의 다산과 백련사의 아암 혜장선사가 자생차를 마시고 시를 지으면서 다성(茶聖) 초의선사 같은 다산의 제자도 배출되었고, 초의의 친구 추사 김정희 등도 다도를 즐기면서 우리 차의 중흥시대를 열었다는 것도 듣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산의 차에 관한 시를 읽어보고 《경세유표》「지관수제」편 부공제(賦貢制)5에 기록된 차세(茶稅)의 역사적 변천사를 읽으며 다산의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차인들이 차인대회를 열고 차에 관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다도를 가르치고 배우는 본뜻이 그렇게 훌륭한 일인가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을 수양하고 정신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실학자인 다산은 차의 약용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은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근육이 땡기는 질병에 차의 효과가 지대함과, 많은 환자들을 돌봐주기 위해 차는 많을수록 좋으니 차를 계속 보내달라고 혜장선사에게 조르는 다산의 애타는 마음도 이제사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산의 개혁사상이나 탁월한 통치원리를 찾아내고 연구하기에 여념이 없느라 차 마시는 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음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부패한 세상에 분노하던 다산, 착취와 가난 때문에 고통 받던 민중의 서러움에 눈물 흘리던 다산만을 찾다가 다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저에게 이번의 학술대회는 크게 유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차 마시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녀보고 약용으로의 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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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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