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들이 바라던 정치의 최종 목표는 요순시대를 구현하는 일이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꿈과 이상도 요순시대를 재현하려는 생각이 그 전부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목민관(牧民官)이란 군현(郡縣)을 맡아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행사하여 그 지역을 다스리는 통치자의 호칭이었습니다. 다산의 대표적인 저서의 하나이자 목민관의 통치술을 제대로 설명해준 책이 다름 아닌 『목민심서』였습니다.
『목민심서』이외의 많은 글에서도, 어떻게 해야 군현을 제대로 다스려 요순시대를 복원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 심도 깊은 논의를 펴기도 했습니다. 다산은 자신의 친구 문산(文山) 이재의(李載毅)라는 학자의 아들 이종영(李鍾英)이 목민관으로 발령을 받자, 제대로 통치를 하라는 글을 지어주었는데, 「송부령도호이종영부임서(送富寧都護李鍾英赴任序)」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함경도 부령도호부사로 발령받아 부임해가는 친구 아들에게 교훈삼아 말해준 통치술인 셈입니다.
“목민관은 네 종류를 두려워해야 한다. 아래로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하고 위로는 대성(臺省 : 요즘의 감찰기관 즉 검찰이나 감사원)을 두려워해야 하고, 또 그 위로는 조정(朝廷 : 요즘의 청와대)을 두려워하고 또 그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 (牧民者有四畏 下畏民 上畏臺省 又上而畏朝廷 又上而畏天)”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세한 설명을 열거했습니다. 당연히 네 곳을 두려워하고 무섭게 여겨야 하거늘, 통상으로 감찰기관과 청와대만 무서워하고, 때로는 백성이나 하늘은 두려워하거나 무서워 할 줄을 모른다고 한탄했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기관이지만 감찰기관이나 청와대는 멀리 있어 감독에 소홀할 수도 있지만, 백성이나 하늘은 항상 목민관의 곁에 붙어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잘못을 들키면 끝장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권력 앞에 한 없이 무력하고 나약한 백성들, 아무리 보아도 보이지 않는 하늘, 왜 그것을 그렇게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을까요. “오직 백성과 하늘만은 잠시도 떨어질 수 없이 가장 밀접한 것이니 왜 두려워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하여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니 하늘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에는 백성이 주인이라는 뜻이 담겨 있고, 하늘이 가장 무서운 감시자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통해 현대판 요순시대를 구현하자는 백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만 있는 때가 요즘입니다. 오늘의 목민관들도 다산의 뜻을 존중해 백성과 하늘을 진정으로 두려워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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