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사이, 참으로 자주 사용되는 화두는 바로 ‘소통’이라는 단어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언론까지도 소통이 되지 않아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 세상의 정설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전의 번역도 옛 사람과 요즘 사람을 소통시키기 위해 하는 일로 여겨지니, 다른 부면에서야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옛날 사람으로 그래도 높은 수준의 학자나 정치가로서 소통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이 있으리오만, 다산의 저서를 읽다보면, 다산이야말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분으로 여겨집니다.
다산의 짤막한 논문, 「통색의(通塞議)」는 바로 직설적으로 막힌 곳이 뚫리지 않고는 올바른 정치가 될 수 없다고 설파했습니다. 언어 그대로 막힌 곳을 뚫어 통하게 하자는 내용이니, 사회적 소통이 없이는 되어질 것이 없다는 주장이기도 했습니다. 다산은 특히 인재정책에 역점을 두고, 가문(家門)이나 적서(嫡庶)를 구별하거나, 출신 지역을 가르고, 당파 때문에 편파적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일처럼 사회적 막힘은 없다고 여기고, 그 세 부분의 막힘을 뚫자고 주장했습니다.
다산의 논문 「고적의(考績議)」나, 「상중씨(上仲氏)」라는 편지 글에서 주장한 공직자의 고과평가 문제에 대해서도 따지고보면 최고 권력자와 부하 공직자와의 올바른 소통이 없는 한, 절대로 요순시대의 정치는 복원될 수 없노라고 확신에 찬 설명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왕과 목민관이 직접 얼굴을 대면하여 업적을 아뢰게 하여 목민관의 공과를 직접 판단하는 확실한 소통으로 정치가 이룩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요순시대 통치수단과 정책의 근본은 고적을 떠나서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얼굴을 대면하고 직접 말로 아뢰는 것이 고적법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차선은 자기의 공적사항을 기록해서 올려 바치는 일이었습니다.”(上仲氏)
청와대와 정부, 정부와 여당, 정부와 국민, 국회와 정부, 국회와 국민, 이런 모든 관계가 소통이 원활한 열려있는 사회일까요.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가 열리지 못하도록 시청 앞 광장을 자주 막고 있는데, 그래도 소통이 가능한 사회인가요. 소신껏 자기주장을 펼 수 있는 언로가 제대로 트였다고 보기 힘드니 소통이 가능한 사회인가요.
신분과 계층을 넘어, 출신 지역과 출신 학교를 떠나 당파를 초월하는 통색과, 고위공직자의 업적을 소통을 통해 바르게 고과를 매겨 신상필벌의 인사정책을 펼 때만, 세상은 소통되어 바르고 옳은 세상이 되리라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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