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환(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마크 펜(Mark J. Penn)이라면 미국에서 웬만한 홍보 전문가들은 그 이름을 다 안다. 1996년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을 자문하면서, 자녀교육에 정신을 쏟는 사커맘(soccer moms)의 존재를 파악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약을 내놓게 한 이가 바로 펜이다. 홍보 전문가들은 그 전략을 지금도 대표적인 성공 신화의 하나로 회자한다. 그가 컨설턴트인 키니 젤리슨(E. Kinney Zalesne)과 함께 2007년에 낸『마이크로트랜드』라는 책은 요즘 바뀌고 있는 세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인터넷 발달로 생활 깊숙이 침투한 포르노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세계의 포르노열풍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어릴 적에『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정도를 몰래 읽으며 자란 세대에겐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잡지를 통해서나 은밀하게 접하던 포르노가 인터넷의 발달로 생활 깊숙이 침투한 지 오래다. 펜에 따르면, 미국에는 이런 포르노 웹사이트가 400만 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웹사이트의 12%에 해당한다.
미국 성인 가운데 약 4천만 명이 정기적으로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한다. 정기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사람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등록된 포르노 페이지가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는 약 1천만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소국인 상토메의 경우 그 나라 인구의 두 배를 넘는 30만7천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다. 지금 세계인은 바쁘고 고상한 척 하면서 사실은 이전 어느 시대보다도 더 포르노에 빠져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수치만이 아니다. 한 웹 보안업체에 따르면 포르노 중 70퍼센트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다운로드된다. 그런 작업을 밤이 아니라 대낮에 한다는 얘기다. 펜은 근무 시간에 컴퓨터에 얼굴을 박고 있는 미국 직장인의 5분의 1 정도가 포르노를 보거나 다운받은 적이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펜에 따르면 포르노가 성인 남자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갔다. 태국의 한 잡지는 2002년에 12세에서 25세 사이의 태국 젊은이 가운데 포르노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의 비율이 71퍼센트였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은 45퍼센트였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캐나다 앨버타의 13~14세 청소년 중 포르노를 ‘셀 수 없이 많이 봤다’는 아이들이 전체의 3분의 1에 이르렀다. 이런 경향 때문인지 섹스를 처음 경험하는 연령도 자꾸 낮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6세 정도에 첫 경험을 하는 것이 이제 보통이 되었다고 한다.
여성이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향도 매년 몰라보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의 4분의 1이 여자다. 남녀가 함께 보는 것도 하나의 추세를 이루고 있다. 2004년에 한 콘돔 제조업체가 실시한 성생활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포르노를 보는 사람이 35퍼센트에 달했다. 포르노 보는 걸 파트너에게만은 숨기고 싶었던 시절은 간 것이다.
포르노 시장 570억 달러 규모, 미국 포르노 산업 연간 120억 달러 창출 포르노 수요가 는 때문이겠지만 이제 포르노는 어엿한 유망산업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펜에 따르면 포르노 시장은 세계적으로 57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미국 포르노 산업이 1년에 창출하는 자금만 해도 120억 달러 가량이다. 2001년만 해도 포르노 산업이 거둬들인 금액이 메이저리그 야구, 미식축구, 프로농구의 수입 전부를 합한 것보다 많았다. 2006년도의 경우 인터넷 포르노의 수익규모가 ABC, CBS, NBC 등 방송 3사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 거의 두 배가 많았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들은 내일의 상태를 더 우려한다. 인터넷이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포르노를 접할 날이 곧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스팸문자가 오듯이 포르노 스팸이 휴대폰으로 날아올 날도 머지않았다. 인터넷 강국, 휴대폰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 포르노는 지금 어느 정도일까? 그것도 이미 세계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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