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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즐거움과 복(福)을 오래 누리려면 / 박석무

문근영 2018. 9.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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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복(福)을 오래 누리려면


하늘은 공평하여 한 곳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하늘은 정직하여 누구를 결코 속여먹지도 않습니다. 자기 혼자만 영원토록 즐거움에 도취해서 살게 해주지도 않지만 혼자만 복을 받아 영생토록 부하고 후하게 살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 다산 정약용의 확신이었습니다. 그의 「사잠(奢箴)」이라는 글을 읽어보면, 인간의 마음에 자리잡은 사치하고 싶은 생각을 버리지 않고는 영원한 즐거움과 그치지 않을 복을 누리기는 어렵다고 단언합니다.

     즐거움은 치우치게 주지 않고                   
     복도 한쪽으로만 후하게 안주네                福罔偏篤
     …
     즐거움은 급하게 누리지 않아야                
     늙도록 오래 누릴 수 있고                        
     복은 한꺼번에 다 받지 않아야                  福不畢受
     더러는 후손에까지 내려간다네                 或流後昆
     보리밥이 딱딱해 맛없다고 말게                毋曰麥硬
     앞마을엔 밥짓지 못한 집도 있네               前村未炊
     삼베옷 거칠다 말게                                
     누구는 그것도 없어 붉은 살이 보이네        視彼赤肌

사치스럽게 입고 먹는 사람이 검소하게 입고 먹는 사람보다 즐거움과 복을 더 많이 누릴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치를 줄이고 검소하게 살기를 권장하는 다산의 뜻이 높습니다. 비단옷을 입고 고기만을 먹는다고 즐거움과 복을 누릴 수 없다고 하면서, 열 집에서 먹을 음식을 왜 한 입에 다 넣으며, 한 달 동안에 먹을 것을 왜 아침과 저녁 사이에 다 먹어서 치우느냐고 질책합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요즘, 어떻게 해야 고루 나누어 먹고 모두 함께 즐기며 복을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혼자만 즐기고 큰 복을 받으면서 자신의 가족과 자녀들만 편하고 복되게 살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두를 생각해서라도 먹는 것, 입는 것에 검소함만 따르고 사치는 배격하라는 다산의 잠언을 기억할 시기입니다.

     누구는 춥고 굶주리는데
     누구는 비단옷에 옥 같은 쌀밥인가
     자기가 짠 비단도 아닌데
     왜 오색의 비단옷 입는 건가
     자기가 사냥한 짐승도 아닌데
     왜 살찐 고기 도마에 가득 놓고 먹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조금은 사치를 줄이고 검소한 의복을 입는 낮은 마음의 자세를 지녀야하지 않을까요. 「사잠」은 그래서 지은 글이라 여겨집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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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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