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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디어발전은 어디로 갈까? / 김민환

문근영 2018. 9. 2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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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발전은 어디로 갈까?


                                                       김 민 환(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국회 결의를 거쳐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라는 기구가 구성되었다. 이름이 거창하다. 언론의 역사를 공부해 왔지만 미디어분야에서 이런 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큰 이름 뒤에는 두 가지 과장이 버티고 있다.

첫째, 이 기구의 역할에 대한 과장이다. 사람들은 이 기구가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세세한 추진방안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미디어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까지 추진할 것으로 착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기구가 할 일은 국회에 게류중인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한 달여 동안 논의하는 데 국한된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이름은 거창한데

둘째는 기구 구성에 대한 과장이다. 국민위원회라면 국민의 대표기구인 것처럼 오해하게 마련이다. 위원을 주요 정당에서 추천했으니까 국민의 기구라고 내세울지 모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기구는 주요 정당의 대리인으로 구성했다. 국민의 대표기구가 아니라 정파의 대리기구인 셈이다. 학계에서 각 정파의 노선을 대변할 학자를 몇 분씩 앞세우고 그 나머지는 전투력이 막강한 재야 외곽단체나 유관단체 관계자로 충원했다.

원래 정치권은 뭐든지 부풀리는 게 습성이니까 이름을 좀 크게 지었다고 해서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기구를 정파의 대리인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제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단계가 되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한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기구 구성의 정파성 원칙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지만 언론분야에 국한할 때 여러 기구를 정파적으로 구성한지 오래다.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여야 정당이 위원을 추천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신문발전위원회에도 정파가 추천한 이가 많다. KBS 이사회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구성한다. 같거나 비슷한 예를 들자면 그 밖에도 많다.

특정 정파가 추천한 이들로 기구를 구성하면 기구 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가? 하나를 알면 백을 안다지 않는가? 지난 KBS사태를 보면 다 알 수 있다. 그 때 KBS는 그야말로 정파의 대리전을 치르는 최전방이었다. 이사들은 체면도 논리도 잊고 추천 정파에 충성했다. 이 사태를 통해 지식인사회의 알몸뚱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슷한 일은 지금도 여러 기구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여러 기구를 정파적으로 구성한 뒤부터 정파성이 옅은 지식인은 각종 기구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기구 참여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요 쟁점에 대해 나름대로 식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논란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싫어서 아예 입을 다물고 산다.

정파에 충성하다보면 결말은 뻔하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이름은 좋지만 이 기구의 전망도 낙관을 불허한다. 문제 자체가 풀기 어려운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신문사의 방송사업 겸영을 허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인데,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은 답을 예비해 두고 있다. 과학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의 여러 장벽을 마구 허물고 있다. 정보 유통에서 국경이 허물어졌고, 방송과 통신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는 것을 완강하게 막아온 나라들이 두 매체의 장벽도 부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미 신문사의 방송사업 진출을 제한적이나마 허용한 바 있다. 이제 겸영에 따를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러나 이 기구가 토론을 통해 타협이 가능한 최선의 버전(version)을 내놓을 것 같은 예감은 들지 않는다. 여당은 날치기의 명분을 쌓고 있고 야당은 들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기구 위원들이 정파에 충성하다보면 결말은 뻔하다. 쿠오바디스를 외친 사도 베드로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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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민환
·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전남대 교수 (1981-1992)
· 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 <개화기 민족지의 사회사상>
           <일제하 문화적 민족주의(역)>
           <미군정기 신문의 사회사상>
           <한국언론사>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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