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 박승우 아까시나무 수천마리 벌들이 잉잉거리며 젖꼭지 빨고 있다 품을 다 내어주고도 아까시나무는 환하다 ( 나무동네 비상벨, 박승우 동시집, 브로콜리숲 )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자동차 호랑이 / 이정인 자동차 호랑이 자동차들이 길을 정복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찻길은 넓고 인도는 좁고 자동차는 어디든 쌩쌩 달리고 사람은 자동차가 무서워 슬금슬금 피하고 조금만 늑장부려도 으르렁대며 달려들 기세다 빵빠앙! 저것 봐 고막 찢어지도록 으르렁댄다 정말 사납다 《아이스크림 눈사람..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아이고 냄새야 / 이정인 아이고 냄새야 강아지가 개망초꽃에게 다가가 흠흠 향기를 맡더니 이거 내 거야 아무도 건드리지 마 뒷다리 들고 찔끔 개망초꽃은 아이고 냄새야 《아이스크림 눈사람》 (브로콜리숲 2019)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겨울밤 / 임수현 겨울밤 할머니 무서워요. 밖에서 칼 가는 소리가 나요. 귀신이 긴 머리칼 풀어 헤치고 입에는 칼을 물고 뾰족뾰족한 긴 손톱으로 벽을 뚫어 나를 엿보는 것 같아요. 쌩쌩 바람 부는 오늘 같은 날 문밖에 누가 있겠냐. 할머니는 무딘 칼로 무를 긁어 무즙을 짜 내 입에 넣어 주었다. 할머니는..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훌쩍훌쩍 / 박정섭 훌쩍훌쩍 겨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추운 콧물을 마신다 훌쩍훌쩍 콧물을 마신다 훌쩍훌쩍 콧물을 마신다 도착한 버스 앞에 줄 선 사람들 버스는 한 명씩 마신다 훌쩍훌쩍 사람들 마신다 훌쩍훌쩍 사람들 마신다 《똥시집》 (사계절, 2019)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입과 손 / 김류 입과 손 노릇노릇 잘 익은 군고구마 손은 뜨겁습니다. 입은 빨리 먹고 싶습니다. 손은 뜨거워서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놓고 싶은데 입은 호호 고구마만 붑니다. 《동시마중》 (2019, 1.2월호) 《동시마중》 올해의 동시 2019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삼백 명처럼 / 임복순 삼백 명처럼 연극 보러 갔더니 나까지 관객이 다섯. 조금 있다 두 명이 나가서 남은 사람은 셋. 그래도 배우들은 삼백 명 앞인 것처럼 온 힘 다해 연기를 마쳤다. 우리도 삼백 명처럼 뜨겁게 박수 치고 싶었다.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창비, 2016)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오카리나 / 손택수 오카리나 갯벌에 구멍이 숭숭 게가 들었나 바지락이 들었나 들어봐, 밀물 들면, 밀물 들면 구멍마다 뽀글거리며 올라오는 음악 소리 《한눈파는 아이》 (창비, 2019)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어른 생각 / 김성범 어른 생각 난 놀이터에서 흙장난하는 걸 좋아한다. 운동장에서 공차는 것도 좋아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당장 물어본다. 구름 보는 걸 좋아하고 새싹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 만화책보는 것도 좋아하고 곰곰이 상상하는 게 내 특기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이 많고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
등의 신비 / 신민규 등의 신비 등은 참 신비롭습니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옷을 여러 겹 껴입으면 한가운데가 가려워집니다. 손이 안 닿아 기둥 같은 데에 등을 대고 위아래로 몸을 흔들어 긁어도 안 시원합니다. 효자손이 없을 때는 효자인 동생 손으로라도 긁어야만 시원해집니다. 누군가가 등에 손가락 .. 한국인 애송 사랑詩 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