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1021

[스크랩] (4)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 화개동에서 햇차를 맛보다

화개동에서 햇차를 맛보다 내가 기대고 있는 이 산골은 일년 사계절 중에서 봄철이 가장 메마르고 삭막하다. 2월에서 5월에 이르기까지 산골짝에 내려 꽂히면서 회오리를 일으키는 영덩 산간지방 특유의 바람 때문에 부드러운 봄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이 고장 사람들의 무표정..

[스크랩] (4)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언젠가 아는 분이 내게 불쑥 물었다. "스님은 강원도 그 산골에서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세요?" 나는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시냇물 길어다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살지요." 무심히 뱉은 말이지만 이 말 속에 내 조촐한 살림살이..

[스크랩] (4)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허균이 엮은 에는 왕휘지王徽之에 대한 일화가 몇 가지 실려 있다. 중국 동진 때의 서예가로 그는 저 유명한 왕희지王羲지의 다섯째 아들이다. 그는 산음山陰에서 살았다. 밤에 큰 눈이 내렸는데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자 사방은 눈에 덮여 온통 ..

[스크랩] (4)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 허균의 시비 앞에서

허균의 시비 앞에서 서쪽 창으로 비쳐드는 오후의 햇살이 아늑하고 정다운 11월. 창밖으로 가랑잎 휘몰아 가는 바람 소리가 내 손등의 살갗처럼 까슬까슬하다. 숲에 빈 가지가 늘어가고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바빠진다. 아궁이와 난로에 지필 장작을 패서 처마밑에 들이..

[스크랩] (4)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에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에 첫눈이 내렸다. 거추장스런 잎들을 훨훨 떨쳐 버리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와 숲에 겨울옷을 입혀주려고 눈이 내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인 11월. 그 11월에 들어서면 나무들은 여름과 가을철에 걸쳤던 옷을 ..

[스크랩] (4)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 겨울 채비를 하며

겨울 채비를 하며 서리가 내리고 개울가에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내 오두막에도 일손이 바빠진다. 캐다가 남긴 고구마를 마저 캐서 들여야 하고, 겨울 동안 난로에 지필 장작을 골라서 추녀 밑에 따로 쌓아야 한다. 장작의 길이가 길면 난로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짧은 걸로 ..

[스크랩] (3) 안으로 귀 기울이기 -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추석을 앞두고 연일 음산한 날씨 때문에 풀을 쑤어 놓고도 미처 창문을 바르지 못했다. 가을날 새로 창을 바르면 창호에 비쳐드는 맑은 햇살로 방 안이 아늑하고 달빛도 한결 푸근하다. 이제 산중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날마다 군불을 지펴..

[스크랩] (3) 안으로 귀 기울이기 - 개울물에 벼루를 씻다

개울물에 벼루를 씻다 비가 내리다가 맑게 갠 날,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벼루를 씻었다. 잔잔히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면서 벼루를 씻고 있으니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문득 내 안에서 은은한 묵향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렇듯 말게 흐르는 개울물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