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1021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9) 병상에서 배우다 - 병상에서 배우다

평소 병원을 멀리하고 지냈는대 지난 겨울 한 철 병원 신세를 졌다. 병원에는 친지들이 입원해 있을 때 더러 병문안을 가곤 했는대 막상 나 자신이 환자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모든 일에는 그때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그..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8) 병상에서 배우다 - 한반도 대운하 안 된다

산하대지에 초록이 물들고 있다. 살아 있는 무수한 생명들이 꽃을 피우고 잎을 펼쳐 내는 이 눈부신 봄날,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들이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 같지만 이는 하나의 기적이고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뭐니 뭐니해도 이 세..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7) 병상에서 배우다 - 다시 채소를 가꾸며

햇차가 나올 무렵이면 꾀꼬리가 운다. 올해도 어김없이 꾀꼬리 노래를 들으면서 햇차 맛을 보았다. 반가운 철새 소리를 들으며 햇차를 음미하는 것은 삶의 고마운 운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진달래가 필 무렵에는 소쩍새가 운다. 소쩍새는 밤에만 울지 않고 숲이 짙은 곳에서는 한낮에..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6) 병상에서 배우다 - 삶에 저항하지 말라

모란이 무너져 내리고 난 빈 자리에 작약이 피고 있다. 선연한 꽃 빛깔과 그 자태가 사람의 발길을 자꾸 가까이 끌어당긴다. 5년 전 고랭지에 피어 있는 작약을 보고 가까이 두고 싶어 농원에 가서 백 그루를 사다 심었었다. 그런데 그해에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웬 검은 손이 와서 모조리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5) 병상에서 배우다 - 아름다운 마무리

오늘 오후 채소밭을 정리했다. 고랭지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오이넝쿨과 고춧대와 아욱대 등을 걷어 냈다. 여름날 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 주고 가꾸는 재미를 베풀어 준 채소의 끝자락이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가꾸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때그때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 병상에서 배우다 -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우다

올여름은 일직이 없었던 기후변화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전에 없이 영동 산간지방에도 몇 차례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지구인들의 과소비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그 원인이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나라마다 경제발전을 내세워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제동장치가 고장 난 차가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3) 병상에서 배우다 - 노년의 아름다움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여름철 그 무더위도 처서를 고비로 한풀 꺾여 가을에 밀려간다. 순환의 법칙, 이 우주 질서가 지속되는 한 지구는 살아 숨 쉰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그 때가 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하늘이 높아지고 물이 맑아져 차 맛도 새롭다. 어제 아침 가을에 어울리는 다..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 가을에 책을 내며

11월의 숲은 성글다 물든 잎들이 지고 가지와 줄기가 듬성듬성 제 모습을 드러낸다 뜰에 찬 그늘이 내리는 이 무렵이 겉으로는 좀 쓸쓸한 듯하지만 안으로는 중심이 잡히는 아늑하고 따뜻한 계절이다 가을 하늘처럼 투명하고 한가로움과 고요로 차분해진 산중은 그 어느 때보다 산중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