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1021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30) 지금이 바로 그때 - 자신의 그릇만큼

올해는 봄이 더디다. 이곳 산중은 엊그제가 춘분인데도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아 잔뜩 움츠린 채 봄기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꽃바람이 올라오면 얼음이 풀리고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바뀔 것들은 바뀔 것이다. 사람들도 그 때를 알고 변할 수..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9) 지금이 바로 그때 - `책의 날`에 책을 말한다

4월 23일, 이날은 세계적으로 책을 기념하는 '책의 날'이다. 이 '책의 날'을 기리기 위해 어제는 강남에 있는 교보문고 강당에서 강연을 했다. 일찍이 안 하던 짓을 선뜩 허락하게 된 것은 나 자신 책의 은혜를 많이 입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사람의 생각..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8) 지금이 바로 그때 - 지금이 바로 그때

승가에 결제, 해제와 함께 안거 제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결제 기간과 해제 기간은 상호 보완한다. 결제만 있고 해제가 없다면 결제는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해제만 지속된다면 안거 또한 있을 수 없다. 여름철 결제일인 음력 4월 보름 이전까지는 책 만..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7) 지금이 바로 그때 - 책다운 책

지난 초봄, 볼일이 있어 남쪽에 내려갔다가 저잣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스님을 보았다. 만난 것이 아니라 본 것이다. 이 스님은 내가 불일암 시절부터 가까이 지낸 사이인데 몇 해 전 길상사를 거쳐 간 후로는 그 거처도, 소식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내 마음 한구석에는 그 스님의 맑은 모..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6) 지금이 바로 그때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요즘 고랭지에서는 가는 곳마다 감자꽃이 한창이다. 드넓은 밭에 가득가득 피어있는 단일 작물의 꽃은 이런 고랭지 아니면 보기 드문 볼만한 풍경이다. 감자꽃은 보랏빛과 흰빛 두 가지인데 그 중에도 노랑 꽃술을 머금고 있는 흰꽃이 돋보인다. 또 여기저기 대파가 실하게 자라고 있는..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5) 놓아두고 가기 - 물난리 속에서

올여름에도 물난리다. 지역적인 편차는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이 땅에 물난리가 났다. 수해가 있을 때마다 관계당국에서는 항구적인 대책을 논의하지만 수해는 항구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대명사인 산천, 즉 산과 강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근본적으로 다..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4) 놓아두고 가기 - 아궁이 앞에서

절에 들어와 내게 주어진 최초의 소임은 부목負木이었다. 땔감을 담당하는 나무꾼인 셈이다. 이 소임은 행자 시절 은사께서 내게 내린 출세간의 선물이기도 하다. 당신도 절에서 맨 처음 본 소임이 부목이라고 하셨다. 1950년대 통영 미륵산에 있는 미래사는 집이 두 채뿐인 지극히 조촐한..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3) 놓아두고 가기 - 겨울 채비를 하다

요 몇 해 사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때문에 산중의 겨울 살림살이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다. 눈 고장에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고 강추위가 잇따르면 무엇보다도 식수원인 개울이 얼어붙어 물을 구할 수 없다. 혹독한 추위일지라도 눈이 내려 쌓이면 이를 보호막으로 얼음장 밑으로 물..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2) 놓아두고 가기 - 옹달샘에서 달을 긷다

표고 8백에서 살다가 6백으로 내려오니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얼마 만에 듣는 계명성鷄鳴聲인가.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 주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히 우렁차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첫닭이 운다. 어떤 때는 5시에 울기도 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고단한 사람들을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1) 놓아두고 가기 -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새해 달력을 보니 지나온 한 해가 묵은 세월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면서 또 한 해를 소모해버렸는지 새삼스레 묻는다. 그러다가 문득 내 남은 세월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삶은 과거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