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03년[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3년[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 천수호 도랑을 한 번 쭉 훑어보면 알 수 있다 어떤 놈이 살고 있는지 흙탕물로 곤두박질치는 鰍 그 꼬리를 기억하며 網을 갖다댄다 다리를 휘이휘이 감아오는 물풀 같은 글자들 송사리 추, 잉어 추, 쏘가리 추 발끝..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3
[스크랩] 2003년[불교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3년[불교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작 강 이 주 렴 1 깊이 흐를수록 뜨거워진다는 건 돌아올 메아리가 아닐지도 몰라요 그건 열매들이 익어가는 소리이거나 팽창하는 하늘의 속삭임일지도 몰라요 갈대가 맨발로 웅숭그린 강가에서 당신을 떠나 보내고 물수제비를 뜨며 단발간격으로 수면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3
[스크랩] 2003년[농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3년[농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작 희생 하병연 몸 낮추고 벼를 보아라 벼는 혼자 살려고 하지 않는다 스무사나흘 정도 살 맞대어 살다가 큰 논으로 분가하면 그때부터 다시 한달 보름 동안 자기 몸을 쪼개고 쪼개다 여름을 들인다 몸 낮추고 벼를 자세히 바라보면 이 여름 푸른 이유를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3
[스크랩] 2003년[한국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3년[한국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김일영 햇빛들이 깨어져 모래알이 되고 조개들은 그 빛의 알갱이로 집을 지어 파도에 마음을 실어 보냈다가 다시 불러들이던 섬 밥 묵어라 어둠이 석양 옷자락 뒤에 숨어 죄송하게 찾아오는 시간, 슬쩍 따라온 별이 가장 넓은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0
[스크랩] 2002년 [세계일보] 시 당선작 2002년 [세계일보] 시 당선작 버스칸에 앉은 돌부처 심은희 생은 울렁거림이다;(누군가 말을 걸어오는지)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건 환멸이란 이름의 멀미다 그만 살았으면 싶은 노인들의 푸념 또는 수작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늘어진 가로수들이나 심하게 쳐진 할머니 입꼬리에 걸린 담배..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0
[스크랩] 2003년[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3년[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귀로 듣는 눈 문성해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 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0
[스크랩] 2002년 [한국일보] 시 당선작 2002년 [한국일보] 시 당선작 산벚나무를 묻지마라 임경림 늙은 산벚나무가 온 산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가부좌 틀고 앉은 벙어리부처를 먹이고, 벌떼 같은 하늘과 구름을 먹이고, 떼쟁이 햇살과 바람과새를 먹이고, 수시로 엿듣는 여우비를 먹이고, 툇마루에 눌러앉은 한 톨의과거와 할미..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0
[스크랩] 2002년 [조선일보] 시 당선작 2002년 [조선일보] 시 당선작 옹이가 있던 자리 - 이윤훈 울타리 한켠 낡은 잿빛 나무판자에서 옹이 하나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아이가 물끄러미 밖을 내다본다 그 구멍에서 파꽃이 피었다 지고 분꽃이 열렸다 닫힌다 쪼그리고 앉아 늙은 땜쟁이가 때워도 새는 양은냄비 솥단지를 손질..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0
[스크랩] 2002년 [대한매일] 시 당선작 2002년 [대한매일] 시 당선작 낙하하는 것의 이름을 안들 睡蓮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 장석원 백 송이 꽃을 피운 수련은 어느덧 물에 잠겼다. 서서히 문이 열리고 있었고,바람은 그때 태어났다. 나의 이름은 피곤한 바람이다. 나는 백 송이 수련이 내뱉은 한숨이다. 햇빛이 몸을 데워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0
[스크랩] 2002년 [동아일보] 시 당선작 2002년 [동아일보] 시 당선작 가문비냉장고 - 김중일 내 생의 뒷산 가문비나무 아래, 누가 버리고 간 냉장고 한 대가 있다 그날부터 가문비나무는 잔뜩 독오른 한 마리 산짐승처럼 갸르릉거린다 푸른 털은 안테나처럼 사위를 잡아당긴다 수신되는 이름은 보드랍게 빛..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