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고두현] 20분 20분 고두현 아침 출근길에 붐비는 지하철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날 때 20분만 먼저 나섰어도……. 날마다 후회하지만 하루에 20분 앞당기는 일이 어디 그리 쉽던가요 가장 더운 여름날 저녁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과 사람에 쫓기는 자동차들이 노랗게 달궈놓은 길 옆에 앉아 꽃 피는.. 뉴스가 된 詩 2012.01.25
[스크랩] [김예강] 저녁이 되기 아직 조금 전 저녁이 되기 아직 조금 전 김예강 아마 쓰다듬어 주는 시간이 되겠지 쓰다듬어 준다는 것 나무 아래 서 있는 것과 같겠지 움푹한 발자국 나뭇가지 같은 두 팔 여리게 휘어진 등줄기를 가진 두 눈이 뭉게구름을 따라가는 것이겠지 두 눈이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것 내 두 손이 내 얼.. 뉴스가 된 詩 2012.01.13
[스크랩] [고증식] 교감 교감 고증식 아이가 울어대자 기차 속 시선들 일제히 가시눈으로 쏠려간다 아, 그러나 옆자리에 앉은 주름투성이 할머니 주름으로 도리도리 주름으로 까궁까꿍 주름으로 자글자글 눈 맞춘다 아이가 깔깔 웃는다 창 밖이 금세 환해진다 ―함민복 저『절하고 싶다』(사문난적, 2011).. 뉴스가 된 詩 2012.01.12
[스크랩] [고은] 저녁 무렵 저녁 무렵 고은 절하고 싶다 저녁 연기 자욱한 먼 마을 ― 함민복 지음 『절하고 싶다』(사문난적, 2011) **경주 남산을 다녀왔다. 부처님들이 산에 가득했다. 부처가 길의 이정표였다. 부처님들은 등에 산이나 무한천공을 지고 있었다. 부처는 다른 부처나 자신을 보고 있지 않고 사.. 뉴스가 된 詩 2012.01.06
[스크랩] [송찬호] 민들레 꽃씨 민들레 꽃씨 송찬호 하얗게 핀 민들레 꽃씨를 후우, 불었다 조그만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타고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날아간다 ― 함민복 지음 『절하고 싶다.. 뉴스가 된 詩 2012.01.05
[스크랩] [이세기] 소야도 첫눈 소야도 첫눈 이세기 소야도 선착장 낡은 함석집 한 채 바다오리 떼 살얼음 바다에 물질을 하는데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이윽고 밤 되어 눈이 내리고 바닷가에 눈이 내리고 쪽마루 방자문 위에 걸린 가족사진에도 눈이 내리는데 갯 떠난 자식 생각하는가 갯바람에 얼굴 긁힌 노부.. 뉴스가 된 詩 2012.01.05
[스크랩] [복효근] 섬 섬 복효근 동사 '서다'의 명사형은 '섬'이다 그러니까 섬은 서 있는 것이다 큰 나무가 그러하듯이 옳게 서 있는 것의 뿌리, 그 끝 모를 깊이 하물며 해저에 뿌리를 둔 섬이라니 그 아득함이여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 하지 그 깊이가 섬과 같지 .. 뉴스가 된 詩 2011.12.26
[스크랩] [최석균] 못 못 최석균 내가 사는 집은 못의 힘으로 서있다 못은 둘을 하나의 상처로 묶는다 상처가 깊을수록 으스러져가 안고 소리를 삼킨다 못은 뒹구는 존재를 세우고 각진 세상을 잇는다 -시집 『배롱나무 근처』(문학의전당, 2008) ▶최석균=1963년 경남 합천 출생.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 뉴스가 된 詩 2011.12.20
[스크랩] [김진수] 어머님 농사법 어머님 농사법 김진수 아파트 베란다 스치로폴박스에 밑거름 듬뿍 고추 몇 모를 심어 보았다 무럭무럭 풍성하게 잘도 자라서 앙증맞고 예쁜 꽃도 총총히 피웠지만 글쎄, 그게 다였다 세공 바칠 땅에서 꽃질만 하는 놈은 야단을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고 회초리를 들어야 열매가 .. 뉴스가 된 詩 2011.12.14
[스크랩] [김신용] 도장골 시편-명화 도장골 시편 -명화 김신용 오래 비워 둔 집 마당에 들어서면, 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낫이 새처럼 날아 올 그림 담징의 古刹의 벽에 그려진 老松그림처럼 낫이, 새처럼 날아 와 앉을 그림. 낫이 새처럼 날아 와 앉아 자신을 깨끗이 베어 낼 그림 자신을 깨끗이 베어 내어, 창문.. 뉴스가 된 詩 201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