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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인규 씨는 KBS 사장직을 자진 사퇴하시길 / 이룰태림

문근영 2019. 1. 1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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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씨는 KBS 사장직을 자진 사퇴하시길

                                                                           이룰태림 (언론인)

‘6월 항쟁’으로 한국의 민주화가 매우 진전되었다고 여겼던 21세기 출발점도 10년 가까이 지났다. 그런데 ‘6월 항쟁’ 스무 돌을 지낸 올해에 우리 국민들은 ‘주권자’로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에 대해 많은 고뇌를 하고 있다.

특히 많은 네티즌들과 젊은이들은 인터넷 상과 집회 시위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고 노래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의 ‘공영’방송이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할 것 같은, 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왜 새삼 인구에 회자되고 있을까?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지금 진정한 주권자인가?” “우리는 지금 그 주권 위에 제대로 서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김인규 씨의 KBS 사장 임명 과정에서도 “우리가 진정 주권자인가?” 에 대해 의구심을 느낀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정치권력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사물을 보기”를 요구한다. 특히나 방송언론은 그 영향력이 매우 큰 만큼, 언론사가 사적 이윤에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방송의 일부를 ‘공영방송’으로 운영하기까지 한다.

권위주의국가에서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국영방송’이나 ‘관영방송’으로 운영된다. 그것은 그 사회가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 권위주의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이야기면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김인규 씨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인규 씨 스스로 “나는 민주주의자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아무리 대통령이 임명했더라도 당장 사퇴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다.

필자와 서울 문리대 정치학과 동문이기도 하고, 같은 언론계 출신인 만큼 필자는 그가 능력이 있고 재주도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의 재주를 참 좋아했다. 그가 그 능력을 언론계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발휘한다고 해서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 권력의 홍보 참모가 공영방송을 이끌 수 있나?


그러나 적어도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언론 홍보와 언론 정책 참모가 된 이상 ‘공영방송 KBS 사장 자격’은 잃은 사람이다. 그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다. 그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KBS 카메라의 눈을 ‘국민 쪽에서 권력 쪽으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권력 쪽에서 국민 쪽으로’ 비추도록 요구할 것이고 그러한 시각에서 보는 뉴스와 해설이 앞으로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KBS가 당면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 등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권과 밀착한 인사가 경영책임자가 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고들 한다. 필자도 KBS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를 없애는 정책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KBS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일 때의 이야기다. ‘관영 방송화’ 또는 ‘국영 방송화’ 할 때, 기왕에 받아오던 수신료 걷는 것조차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김인규 씨는 자신을 위해서나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나, 무엇보다도 한국의 민주화가 더 진전하기를 열망하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당장 자진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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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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