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글을 읽다보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삶의 지혜는 열리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때의 불운에 좌절하지 않고 참고 견디면서 재기할 발판만 놓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지혜는 솟아난다는 다산의 주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18년의 유배살이 동안에 희망을 잃고 막막하게 생활하던 고향의 두 아들에게 보낸 다산의 편지에서 다산의 높은 지혜를 발견하게 됩니다.
화란을 당한 집안에서 화를 면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서울에서 먼 시골이나 산속으로 피난 가서 숨어살기 마련인데, 다산은 그 점에 우선 강한 반대의 뜻을 아들에게 전했습니다. 높은 고관대작으로 한창 잘 나가는 때에야 반드시 산비탈에 셋집이라도 얻어 검소한 처사(處士)로서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화란을 당한 집일수록 가능한 서울의 한복판에 살면서 벼슬하는 집안사람들과 차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손자들의 세대라도 과거에 응할 마음을 두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일을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천리(天理)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번 넘어진 사람이라서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먼 시골로 이사가버린다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치고 말 뿐이다." (示二兒家誡)
부와 권력, 명예와 위력, 어느 것 하나 영원할 수는 없다고 확신했던 사람이 다산이었습니다.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돈다는 원칙 아래,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 가면 또 한 세상은 오기 마련이라는 확신, 그런 확신만이 어둡고 괴로우며 암담한 현실을 극복해가는 지혜라고 다산은 여겼습니다. 한 때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영영 도회의 문화(文華)를 등지고 산골로 숨어버리면, 그 때는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문명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이나 시골에 숨어 살다보면 볕이 들기는 어려운 일이니, 화란을 당한 집안일수록 번화한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돌고 도는 하늘의 이치를 믿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귀가 극에 달해도 즐거워만 할 수 없습니다. 차면 넘치기 마련, 부귀는 언제나 돌고 돌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 부귀를 잃고 탄식만 하는 사람들, 다산의 믿음을 넘겨받아 위기를 극복할 용기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위기야말로 또 다른 기회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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