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탐방

[스크랩] 시인 이상李箱 탄생 100주년

문근영 2010. 9. 25. 23:07

시인 이상李箱 탄생 100주년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 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올해가 '이상' 탄생 100주년이 아니라 '김해경' 탄생 100주년이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은 자신의 필명 '이상'을 사용하기 전까지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철저하게 분리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이상의 시 '거울'은 바로 그러한 이상의 필사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시 입니다.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려만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졋소만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만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고등학교 때 거울이라는 시를 배웠을 때는 그냥 수업시간에 공부하는 지겨운 문학작품 하나로 생각했지만 이제와서 다시 읽어보면 참으로 가슴아프고 슬픈 시입니다. 이상의 작품은 '기호와 공간'의 문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기호와 공간적 은유가 가득합니다. <거울>또한 그렇습니다. 이 작품에서 이상은 <거울>이라는 공간속의 '김해경'을 관찰합니다. 그것도 '안타까움'을 가지고 관찰을 합니다. '김해경'이라는 인간을 진찰하고 싶지만 '이상'은 그를 진찰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다가갈 수 없는 '거울'이라는 공간 속에 김해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거울>이라는 작품에서 이상은 자신의 시선으로 구축된 '경성'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울>속의 또 다른 나, 즉 김해경이 존재하고 있는 곳은 '현실 속의 경성' 입니다. 먹고 사는 것에 힘이 든 '김해경'을 안타까운 듯 지켜보고 있는 이상의 이 시는 이상을 단번에 '천재작가'로 만들어줍니다.

이 <거울>이라는 시는 '이상'의 정체성이 두 개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상李箱이라는 이름은, 알려진바에 의하면 화가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구본웅'이라는 화가가 이상에게 화구를 넣을 수 있는 상자를 선물해준 것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이상은 자신의 필명에 오얏리李자를 쓰겠다고 하며 구본웅에게 선물받은 화구상자의 상箱자를 써서 '이상'이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합니다. 항간에는 건축기사 시절의 이상에게 일꾼이 일본말로 '리상'이라고 이름을 잘 못 부른 것에서 '이상'이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정론입니다.

어쨌든 이상은 천재, 아니면 정신병자라는 극과 극을 달리는 평을 받았습니다. 당시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 연작시를 연재하면서 독자들은 이상에게 정신병자라고 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상은 총 30편의 오감도 연작을 15편으로 줄여야만 했습니다.

 

이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입니다. 당장에 위에 적어놓은 <거울>이라는 시만 해도, 해석의 여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시의 의미를 잘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제가 볼 때 이보다 더 슬픈 시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가 특히 더 슬픈 이유는 이상이 죽은 과정에 있습니다. 이상은 그렇게도 동경해 마지않았던 일본 '도쿄'를 갑니다. 결혼한지 얼마 안 되서 홀로 훌쩍 떠났습니다. 그 곳에서 이상은 '도쿄'의 모습에 실망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경성'과 별 다름이 없음을 안 것이겠지요. 원래부터 병약했던 이상은 '도쿄'에서 경찰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구치소에 수감이 되는데 거기서 병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옮겨지게 되고, 그 병원에서 '멜론' 향기를 맡으며 죽게 됩니다. 이상이 마지막에 먹고 싶어했던 것은 '멜론'이었는데, 그 멜론을 먹지 못하고 향기만 맡은 채 죽어버린 것이지요. 결국 이상은, 끝내 '김해경'과 만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됩니다. 무척 안타깝지요.

 

오늘 이상에 대한 논문 자료를 찾다가 문득 생각이나서 이렇게 '이상'에 대한 글을 적어봅니다.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이상이 아닌, 정본 이상 작품을 읽어보시면서, 이 가을을 사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인천 영산정사
글쓴이 : 道覺모희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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