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탐방

시인 랭보

문근영 2010. 2. 22. 10:40

[1891년]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 사망


사진작가 카르자가 1871년 11월에 찍은 랭보의 사진.

프랑스의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1891년 11월 10일 37세로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 세상을 떠났다. 시인 베를렌느와의 동성애, 지독한 음주벽과 방랑벽, 아프리카에서의 무기 밀매상으로 이어진 기이한 삶을 마감한 것이다.
그는 이미 16세에 천재 시인으로 등장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로 불리면서 반항과 방랑의 짧은 인생을 보냈지만 `취한 배`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등의 시들을 통해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남아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그의 작품은 초기의 습작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15세부터 20세 사이에 쓴 것들이다. 1870년 16세 때 샤를빌 중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젊은 교사 이장바르에게 문학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어머니와 평범한 시골생활에 대한 반항심에서 당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와중에도 불구하고 1870∼71년 사이에 파리와 벨기에로 3번이나 가출했다 돌아오기도 했다.
1871년 5월 그는 시인으로서 특이한 방법론적 각성을 경험했다. 그는 이것을 이장바르와 친구에게 써 보냈는데, 이것이 바로 `보는 사람의 편지`(1871)이다. 그 해 여름에는 12음절 100행으로 된 장시 `명정선`을 썼으며, 1872∼75년에는 그의 시경의 도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산문시집 `일뤼미나시옹`(1872)을 발표했다.

 

 

 

 

꽃들에게 부쳐서 시인에게 말한다. / 랭보



황옥의 바다 일렁이고 있는 위의
암담한 하늘을 향하여 언제나 이처럼,
밤을 지새워 그 숙명적인 일을 계속한다.
'백합'이여. 그 법열의 극치!

우리의 사고의 짙은 시대
식물 조차도 맡은 일에 전념하는 때.
백합은 그 향그러운 산문의
견디기 어려운 떫은 과즙이 먹여지리라!

-뭇슈, 게르도레르의 배합이여
카네이션과 맨드라미 꽃과 함께
'음유시인'에게 주어진 백합은
1830년의 소넷의 꽃

백합이여, 백합이여, 보기에는 명확치 않지만
거음을 죽이고 걷는 죄많은 여인들의
나부끼는 옷소매와도 같이 그 시구속에서
언제나 그 꽃들은 떨리고 있다!

상냥한 백합이여,네가 목물을 할때.
노랗게 땀에 절은 너의 슈미즈는
염증나는 물망초 위를 건너오는
아침 산들바람에 부풀어 오르겠지!

애정이 용서한 꽃이라 하면
첫째로 라일락- 오 그대여!
그리고 숲속의 오랑캐 꽃
검은 님프의 달콤한 수액!...

2

시인들이 저 장미를 가지고있어도
월계수 나무줄기 위에 나와서
숨쉬고 있는 빨간 장미
팔행시절의 자랑스러운 장미를!

방빌선새이 선혈이 섞인
소요돌이치는 시편의 백설을 휘날리고
마음에 접어두려고도 않는 이방인의
퀭하니 비인 눈을 때려 멍이 들게 해도!

저 숲도 또 이 목장도
오 이 어이된 한가로운 사진풍경인가!
꽃의 여신은 병막개처럼 가지각색으로
한 없는 종류가 있는 것인가!

프랑스의 식물이라면 어느 것이나
고약하고 폐병장이고 우스꽝스러운 놈들
황혼의 시각이 되면 다리 짧은 개들의
뱃가죽털이 가만히 그 위를 스치고 간다.

파란 백련과 해바라기를 그린
보기에도 무참한 소묘 곁에 언제나.
성체배수의 어린 계집애를 위하여
성화를 그린 장미빛 판화가 있다!

아소카의 노래는 들려온다.
매추부의 노래와 잘 걸맞누나.
극채색의 나비는 무거운 날개를 치며
-데이지꽃 위에 똥을 싼다.

옛날 그대로의 식물, 유서 있는 장식끈!
대도시가 끈으로 잡아맸는가
삼백안의 고약한 별들의
색색이 젖을 진탕 먹었는가!

그도 좋다. 너희들의 풀피리의 침흘림이
귀중한 포도당이 된다.
-너희들의 낡은 모자 속에 채운 삶은 달걀.
배합이여, 아소카여, 라일락과 장미!...

3

오 맨발로 돌풍처럼
목장을 달려가는 하얀 사냥꾼이여
너는 식물학에 고나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정말로 그래도 되는 것인가?

걱정거리는 네가 밤갈색의 귀뚜라미와 함께
반묘충을 찾아내는 일이다.
푸르른 라인강에 리오의 금빛을-
그러니까 노르웨이와 플로리다를 뒤섞는 일이다.

그러나, 자네, 이제야 예술이란,
-이건 거짓없는 말이네만, 유카리나무를
12음절시의 왕사에게 감겨두는 것 같은,
그런 시늉을 용서해 두어선 안되지.

먼 우리의 기아나에서도
마호가니 나무는 꼬리의 원숭이들의 장난질이나
무겁게 감겨드는 넝쿨의 끈질김에나
소요이 없단 말인가!
-대체로 백년향이건 백합꽃이건
함빡 피었건 시들어 있건
바닷새의 하얀 똥이나, 한 자루
촛대의 촛농과 같은 가치란 말인가.

-자, 이로서 나는 말하고 싶은 대로 지꺼렸네!
시인이여. 자네도 대발을 내린 막 속에서
덧문을 닫고 갈색 요를 깔고
방장 그늘에 가만히 앉아서

오아즈 강의흐름에 걸맞는
사람의 눈을 놀라게 한 꽃다발을 엮겠다는 것인가!...
-시인이여, 거만하다는 이상으로, 그것은
웃지 않을 수 없는 생각일세!

4

들려주게나, 무서운 반란의 검은 무리의
봄빛 얕은 대초원의 얘기가 아니라,
담배 얘기랑 솜(목화) 얘기를!
얘기해 보게. 이국적 수확의 모습을.

알려주게나. 아뽀롱하게 핥여진
아바나의 페드로 브라스케스라고도 하고픈
그 하얀 이마가 연금 몇 달러를 받을 수 있는지
몇 처만 마리의 백조가 날아가는,

소란트의 바다랑
히드라명 파도의 몰골사나운 못브의
망그로브 수의 수확 모습을
자네의 시로서, 마음껏 노래하게나.

자네의 사행시는 피투성이 숲속으로 헤치고들어
사람에게 다시 되돌아와
백설탕의 재료, 고무 따위의
갖가지 것들을 가지고 온다!

자네 덕분에 우리는
열대 지방의 눈을 뒤집어 쓴 후령들 급빛으로 물드는 것을
수많은 벌레들의 산란현상인가, 아니면
현미경적인 소태의 발생 때문인가를 알 수가 이다!

찾아주게나. 오, 사냥꾼이여. 그것이 우리의 소망일세
향그런운 내음진 꼭두서니 꽃을!
'자연'은, 빤타롱 속에 꽃을 피운다
-우리들 군대를 위하여!

찾아주게나. 잠자는 숲가에
코를 벌름대는 꽃들을.
물소들의 검은 털 위에
금빛 포마드가 침을 흘리듯 흐르는 것을!

찾아주게나. 하늘의 '푸르름'에 은빛의 고운 털이 흔들리고 있네.
잡초의 풀밭 한복판에서
향료 속에서 굽고 있는
불의 '계란'으로 가득찬 꽃시루를 찾아주게

찾아주게나, 홰불과 같은 눈의
열 마리의 나귀가 오로지 실을 잣는
솜털 엉겅퀴들을
찾아주게나. 의자 대신 앉을 수 있는 '꽃들'을!

잊고 있었는데, 컴컴한 광택을 다라,
마치 돌꽃같은 꽃들을, 찾아주게나,그것이야말로 희한하이.금발색의 난소 곁에
꽃피는 보석의 편도선!

오, 요술장이여, 만약 가능하면
빛나는 붉은 접시 위에
아르페니드 합금의 숟갈까지 썩게 하는
백합의 뒤범벅 삶은 진미를 수북히 주게.

그 누가 커다란 '사랑'에 관해서 말하리오.
음흉한 '면죄부' 도둑놈.
그러나 르낭드 고양이 무르도
큼직한 밀추화의 푸른 꽃을 본 적이 없다.

자네는히스테릭한 그 향기로서
나를 마비시키고 즐기게나.
성모 마리아보다도 성스러운
청순에까지, 나를 드높여 주게!

상인이여, 식민이여, 매체여!
소디움의 광채와 흡사하게
뛰쳐나오는 원료 고무처럼
운은 장미빛이 되고, 흰빛이 되어 넘쳐나오리라!

자네의 검은 '시'로부터- '요술장이'여.
굴절된 흰 빛, 붉은 빛, 녹색이 도망쳐나와
세상에 신기한 꽃들과
전기장치의 나비들을 뿌린다!

자, 이것이다! 지옥의 그 '시대'!
늘어선 전주대는
-쇠소리 노래를 연주하는 거문고
희한한 자네의 어깨뼈를
멋있게 장식할 것일세!

감자병에 관해서 쓰는 일이
오늘의 시의 급선무일세!
-신비로 넘친 '시'의
구성을 만들어내려면.

파라마리보에서
트레기에를 공부하시오.
뭇슈 휘기에의 책을 입수하시오.
아셰트판의-삽화판이-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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