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대하여

엄마가 물들여주는 봉숭아꽃물 같은 사랑의 동시-이준관

문근영 2010. 4. 22. 10:04

엄마가 물들여주는 봉숭아꽃물 같은 사랑의 동시  


                                                                                                                            이준관 (동시인 )

1.
박예분 시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좋은 동시를 쓰고 있는 시인입니다. 첫 번째 펴낸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는 여러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가 특별히 여러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은 어린이다운 생각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표현을 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이건 내 마음을 표현한 거야’ ‘이것은 내 이야기야’하고 공감을 했기 때문이었지요. 박예분 시인이 이번에 두 번째 동시집 『엄마의 지갑에는』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이번 동시집도 동심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썼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고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깨끗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힘들고 슬플 때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지요. 아, 또 있어요. 시를 읽는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시를 통해 이웃과 자연과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서랍니다. 동시집 『엄마의 지갑』에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는 시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읽으면 마음이 사랑의 빛깔로 물들여지고 엄마의 따뜻한 품속처럼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2.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부모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등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지요.

사랑 중에 가장 높고 순수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입니다. 특히 엄마의 사랑은 가장 높고 깊지요. 엄마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느끼고 싶으면 다음의 시를 읽어보세요.


항상 두둑한 엄마 지갑
만날 돈 없다는 건 다 거짓말 같아.

엄마는 두꺼운 지갑을 열어 보며
혼자서 방긋 웃기도 하지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나는 몹시 궁금해서 살짝 열어봤지

에계계
달랑 천 원짜리 두 장뿐이었어

대신 그 속에 어릴 적 내 사진이
활짝 웃고 있지 뭐야

거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랑 누나 사진까지 들어 있지 뭐야
                                                              「 엄마의 지갑에는 」전문

엄마의 지갑을 본 일이 있나요? 엄마의 지갑에는 물론 돈이 들어 있고 카드도 들어 있겠지요. 이 시에 나오는 엄마의 지갑엔 달랑 2천원이 들어 있네요.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엄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왜 지갑이 두툼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가족들의 사진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엄마의 지갑엔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엄마라면 길을 가다 마주쳐 보고 또 봐도 언제나 반갑겠지요. 다음 시를 읽어보면 엄마와 딸이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지요.

길을 가다 뜻밖에 엄마를 만나면
어쩜 그리 반가울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학교 다녀와서도 봤는데

마트에 간 엄마를
뜻밖에 집 앞 횡단보도 앞에서 만나면

우린 서로 맞은편에 서서
신호가 바뀔 때까지 손을 흔들지요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언제 어디서나 반가운 우리 엄마
                                                        「 길에서 만난 엄마 」전문

엄마는 아침에도 보고 학교 다녀와서도 보고 만날 봅니다. 그런 엄마를 횡단보도 앞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어쩜 그리 반가운지 서로 신호가 바뀔 때까지 서로 손을 마주 흔듭니다. 정말이지 엄마는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언제 어디서나 반가운’ 엄마입니다. 박예분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 이 동시집을 읽는 큰 즐거움입니다. 여러분도 이 시들을 읽고 엄마를 더욱 아끼고 소중히 생각하기 바랍니다.

3.
사랑은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박예분 시인은 그런 불쌍한 이웃의 어려움을 못 본 체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돕고 싶어 합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시는 종이로 만든 상자 집에서 곡식과 야채를 파는 할머니의 딱한 처지를 보고 쓴 시입니다.

은행 담벼락에
종이상자를 접착테이프로 이어 붙여
겨우 겨우 칼바람을 막은
조그만 집

참깨, 콩, 팥, 마늘, 생강 따위를
맨땅에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가
주인이다.

사 주는 사람도 없는데
종일 좁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콜록콜록 기침하던 할머니.

오늘은 종이상자 집이 텅 비었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핼쑥한 할머니 얼굴 떠올라
자꾸자꾸만 뒤돌아보며 걷는다. 
                                                                        「종이상자 집 」전문

여러분은 종이상자로 이어 붙여 만든 집에서 참깨 콩 팥 수수 등을 놓고 파는 할머니를 본 일이 있나요? 여러분이 만약 콜록콜록 기침까지 하는 그런 불쌍한 할머니를 보았다면, 그리고 어느 날 텅 빈 종이상자 집을 보았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아마 이 시에서처럼 “무슨 일일까’하고 걱정이 되었을 거예요. 그래서 핼쑥한 할머니 얼굴이 떠올라 자꾸만 텅 빈 종이상자 집을 뒤돌아보았을 거예요. 종이상자로 만든 집에서 참깨 콩 팥 등을 파는 불쌍한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시입니다. 불쌍한 할머니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려는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입니다.

박예분 시인은 이웃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사랑도 많습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시는 억울하게 야단을 맞은 까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집 없는 고양이들
오래된 기와지붕 오르내리며
멍멍이 밥그릇에 가득 담긴
생선대가리를 보고 군침 흘린다.

멍멍이가 꼬리 빳빳이 치켜세워
의심스레 살피는데
지붕 위 고양이들 우르르
쏜살같이 달려들어
생선대가리 냉큼 물고
기와지붕을 타고 멀리 달아난다.

컹컹, 커겅,
빈 그릇 달그락 달그락거리며
멍멍이가 울어대자
달아난 고양이들 나무라는데
주인아저씨 뛰어나와
시끄럽다며 까치만 혼낸다.

아무 잘못 없는 까치
멀뚱멀뚱 하늘만 올려다보며
눈물 글썽인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다
나만 선생님께 걸려
복도에 무릎 꿇고 앉아
두 손 번쩍 들고 벌서는
꼭 나 같다.
                                                          「억울한 까치 」전문
 
고양이가 생선대가리를 물어갔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 까치가 야단을 맞았어요. 까치는 얼마나 억울할까요. 속이 상하고 분하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까치는 멀뚱멀뚱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네요. 마치 친구와 같이 장난을 쳤는데 나만 걸려 억울하게 벌 서는 나처럼요. 눈물을 글썽이는 까치의 불쌍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네요. 여러분도 그런 일을 당한 일이 있었다면 까치의 마음이 이해가 갈 거예요. ‘까치야 울지 마’ 하고 등이라도 토닥여 주고 싶은 시입니다. 박예분 시인은 이처럼 까치의 마음까지도 헤아려 시를 쓰고 있습니다.

4.
친구 간의 사랑을 우리는 우정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사귀는 친구가 있을 것입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랍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시는 우정을 다룬 시로서 구수한 이야기로 되어 있어서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 때 마당에 있던 구봉이가 잽싸게 달려와
내 팔을 잡아주다 그만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구봉이 팔뚝도 똥통에 푹 빠지고 말았지요.
나도 구봉이도 온통 똥 범벅이 되었지요.

우리는 징겅징겅 앞개울을 향해 달렸지요
종일 맑은 물에 푸하푸하 똥물을 씻었지요
하늘 아래 구봉이와 나만 아는 비밀이지요
첩첩산중 나랑 구봉이만 아는 비밀이지요.
                                                          「 구봉이는 내 친구 」일부

구봉이와 덕배는 첩첩산중 산골에 삽니다. 둘은 장난스럽게 놀리기도 하는 친구 사이지요, 그런 어느 날 덕배가 똥통에 구슬을 빠뜨리지요. 덕배는 구슬을 주우려고 몸을 숙이다 똥통에 빠져 버립니다. 아뿔사! 덕배 팔을 잡아 주다가 구봉이도 똥통에 빠져버립니다. 구봉이는 정말 좋은 친구이지요. 왜냐하면 어려울 때 도와주었으니까요. 똥통에 빠진 두 친구는 앞개울로 달려가 맑은 물에 몸을 씻습니다. 이 사실은 둘만이 아는 비밀이지요. 이 시는 이야기처럼 쓰여 있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친구 간의 사랑을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이야기처럼 쓴 시입니다.

5.
박예분 시인의 동시집 『엄마의 지갑에는』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 찬 시집입니다. 가족 간의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동시를 읽으면 마음이 사랑의 빛깔로 물들여지고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박예분 시인의 동시는 여름이면 텃밭에 심은 봉숭아꽃잎을 따다가 엄마가 물들여주는 봉숭아꽃물처럼 우리의 마음을 봉숭아꽃빛 사랑으로 곱게 물들여줍니다. 손톱에 곱게 물든 봉숭아꽃물을 보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꼈듯이 박예분 시인의 동시도 사랑의 마음을 담뿍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나는 박예분 시인의 동시를 ‘엄마가 물들여주는 봉숭아꽃물 같은 사랑의 동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박예분 시인의 동시를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그의 시를 통해 사랑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시집『엄마의 지갑에는』을 읽고 여러분도 남을 아끼고 소중히 여길 줄 알며 남을 돕고 이해하는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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