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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가루약 눈사람'

가루약 눈사람-전율리숲 감기는 다 나았니 나는 녹지 않았어 발자국도 나지 않았어 아직 다정한 어른은 되지 못했지만 가끔은 아빠처럼 우체국 커다란 창문 앞에서 잠자고 엄마처럼 기념품 가게에서 일해 너의 청록색 엄지장갑을 심장 자리에 넣어두는 걸 깜빡했는데도, 오늘은 춥지 않더라 무려 스무 날 전 네가 내 볼에 붙여주었던

[시가 있는 아침]문근영 作 / 횡단보도

횡단보도 -문근영 作 피아노 건반 같다 휴대폰 배터리 방전되듯 신호등 초록 눈금 다 떨어지기 전에 도레미파솔라시도 이쪽에서 밟고 가고 도시라솔파미레도 저쪽에서도 밟고 온다 계간 ‘주변인과문학’ 2020년 여름호에서 보통 한 문예지에서 읽게 되는 시와 글이 100여 편 정도가 된다. 사람마다 읽고 느끼는 감정적인 마음이 다 다르겠지만, 주변인과 문학 여름호에서 문근영 시인의 동시 ‘횡단보도’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두 그려 놓은 좋은 동시라 생각한다. 세상이 다양한 구조로 얽혀있다 보니 복합적인 정신 구조로 시를 쓰는 시인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작품들이 개인의 성향을 너무 크게 담아 놓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나만 생각하고 이해되는 글은 읽는 이의 공감을 벗어나 있기..

나의 이야기 2021.06.20

직관과 상상력의 확장성 탐색 - 김경흠

돌부리 문근영 돌에도 부리가 있네 새처럼 부리가 있네 새들은 노래하는데 입도 벙긋 못하네 그래서 그런지 심술이 잔뜩 났나 보네 느닷없이 발을 걸어 나를 넘어뜨리네 2행씩 4연으로 구성된 이 동시는 언어적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화자는 돌부리로부터 새의 부리를 연상한다. 부리가 있는 새는입을 벌려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돌은 부리가 있어도 입 한 번 벙긋 못하고 말 한마디 못한다. 끝내 심술이 난 돌은 '내'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 실상 돌이 '나'를 넘어뜨린 것이 아니라 '내'가 돌에 걸려 넘어진 것이 현실적 상황이다. 그런데 시인은 실제 상황을 상상력과 직관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발상의 전환은 부리라는 언어적 연상작용과 무생물인 돌을 물환론적 시각으로 인식하여..

나의 이야기 202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