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10 전북일보 먼 지 - 김혜원 1. 무게 체중계를 꺼내려다 나보다 먼저 올라앉은 먼지를 본다 저것도 무게라고 저울 위에 앉았을까 털어내는 순간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저 가뿐한 내공 내가 눈금처럼 꼼꼼히 몇 장의 졸업장과 얼마간의 통장으로 몸집 불리는 동안 너희는 세상을 깎고 갈고 부서지며 삭..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21
[스크랩] 2010 중앙일보 2010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폭염 / 박 성 현 아버지가 대청에 앉자 폭염이 쏟아졌다. 족제비가 우는 소리였다. 아버지는 맑은 바람에 숲이 흔들리면서 서걱서걱 비벼대는 소리라 말했다. 부엌에서 어머니와 멸치칼국수가 함께 풀어졌다. 땀을 말리며 점심을 먹는다. 아버지의 눈을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21
[스크랩] 2010 조선일보 풀터가이스트 성은주 하늘은 별을 출산해 놓고 천, 천, 히 잠드네 둥근 시간을 돌아 나에게 손님이 찾아왔어 동구나무처럼 서 있다가 숨 찾아 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 씽끗, 웃다 달아나 종이 인형과 가볍게 탭댄스를 추지 그들은 의자며 침대 매트리스를 옮기고 가끔..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21
[스크랩] 2010 매일신문 [2010 매일신문 시 당선작] 그녀의 골반/ 석류화 그녀의 골반 석류화 1 나비 꿈을 꾸고 엄마는 날 낳았다 흰 꿈, 엄마는 치마폭에 날 쓸어 담았다 커다란 모시나비, 손끝에 잡혔다가 분가루 묻어나갔다 날개 끝에 고인 몇 점 물방울무늬, 방문 밖으로 날았다 돌담에 피는 씀바귀꽃 그늘을 옮..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21
[스크랩] 2010 동아일보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유병록 딱, 뚜껑을 따듯 오리의 목을 자르자 붉은 고무 대야에 더 붉은 피가 고인다 목이 잘린 줄도 모르고 두 발이 물갈퀴를 젓는다 습관의 힘으로 버티는 고통 곧 바닥날 안간힘 오리는 고무 대야의 벽을 타고 돈다 피를 밀어내는 저 피의 힘으로 한대 오리는 구..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21
[스크랩] 2010 경향신문 직선의 방식 카프카 이만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10
[스크랩] 2010 한국일보 [2010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검은 구두 / 김성태 그에게는 계급이 없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좁은 동굴이며 구름의 속도로 먼 길을 걸어온 수행자입니다 궤도를 이탈한 적 없는 그가 걷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거나 어긋난 교차로입니다 지하철에서부터 먼 풍경을 지나 검은 양복..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10
[스크랩] 2010 경남신문 [201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허氏의 구둣방 / 이미화 발 끝에 달을 달고 저녁 강을 건너고 있는 허氏 구름처럼 떠돌았으므로 그의 생은 한쪽만 유난히 닳은 구두처럼 삐뚜름하다 그의 구두처럼 다 허물어져가는 옥봉동 산 1번지 아파트에 조등처럼 별이 걸릴 때 저녁하늘은 가난..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10
[스크랩] 2010 경상일보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이팝나무에 비 내리면 / 홍종권 당신은 육지를 떠나기 전이면 뒤뜰에 있는 이팝나무 아래로 불러내곤 했지요. 이팝나무 한 뼘 위를 회칼로 그으며, 그만큼 자라면 온다고 무슨 굳센 다짐처럼 말하곤 했지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이팝나무 아래에서 키..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10
[스크랩] 2010 전남일보 [2010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새의 낙관(落款)/정도전 새의 낙관(落款)/정도전 새들에게 있어서 낙관이라는 습관은 오래된 풍습이었다 문신을 새긴 암벽마다 둥지가 되었고 뜨뜻한 아랫목이 되었으므로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부리를 비벼 족적을 남기는 일은 축제일 수 밖에 없었.. 다시 보고 싶은 시 201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