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823

[스크랩] 영랑시문학상 본상 수상자 이가림 시인 선정 - 투병통신(投甁通信)

투병통신(投甁通信) 이가람 이제 내 비소(砒素) 같은 그리움을 천년 종이에 싸 빈 술병에 넣어 달빛 인광(燐光) 무수히 떠내려가는 달래강에 멀리 던진다 먼 훗날 부질없이 강가를 서성이는 이 있어 이 병을 건져 올릴지라도 그 때엔 벌써 글자들이 물에 씻겨 사라져 버렸을 것을 믿는다 끝..

[스크랩] <애지>여름호 신인문학상 당선작- 초록방울 제사장 외 4편/ 안이삭

초록방울 제사장 외 4편 안이삭 오늘 바람의 말씀은 어느 쪽으로 강림하실까 사내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거나 손바닥을 들어 허공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다가 서쪽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대나무 제단을 높인다 바람의 말씀을 오류 없이 경청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대나무 ..

[스크랩] 2012 상반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신인상 당선작

2012 상반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신인상 당선작 측백나무의 방 (외 2편) / 신단향 측백나무 가지가 늘어져 방을 만들었다 처진 커다란 가지를 들추고 들어가 보면 사람이 쉬었다 간 따뜻한 흔적이 있다 그 따뜻함을 비밀처럼 베고 아랫목인 듯 뒹굴어 본다 가지와 푸른 잎들이 사방을 ..

[스크랩] 제18회 《지용신인문학상》당선작 - 쥐, 세입자들/민슬기

쥐, 세입자들 / 민슬기 남의 집에 구멍을 빌려 지으면서 시작된 식탐이다 무엇이든 훔쳐야 직성이 풀리는 업보다 어둠을 갉아먹으며 사람들의 은밀한 말소리를 귀담아듣는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으므로 속절없이 칸칸이 들어찬 어둠을 헤맨다 침묵이 답이라 믿으며 썩은 음식물 냄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