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영랑시문학상 본상 수상자 이가림 시인 선정 - 투병통신(投甁通信) 투병통신(投甁通信) 이가람 이제 내 비소(砒素) 같은 그리움을 천년 종이에 싸 빈 술병에 넣어 달빛 인광(燐光) 무수히 떠내려가는 달래강에 멀리 던진다 먼 훗날 부질없이 강가를 서성이는 이 있어 이 병을 건져 올릴지라도 그 때엔 벌써 글자들이 물에 씻겨 사라져 버렸을 것을 믿는다 끝..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19
[스크랩] <애지>여름호 신인문학상 당선작- 초록방울 제사장 외 4편/ 안이삭 초록방울 제사장 외 4편 안이삭 오늘 바람의 말씀은 어느 쪽으로 강림하실까 사내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거나 손바닥을 들어 허공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다가 서쪽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대나무 제단을 높인다 바람의 말씀을 오류 없이 경청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대나무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19
[스크랩] 2012년 제19회 <시인세계> 신인상 당선작 2012년 제19회 <시인세계> 신인상 당선작 당신 외 4편 / 김도언 당신은 지구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의 목소리를 갖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었던 사람이 오래 전 죽은 것은 온전히 당신의 불행이다. 매일매일 당신은 무릎 아래에서 올라오는 동생들의 저녁을 돌보고 어머니의..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19
[스크랩] 2012 상반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신인상 당선작 2012 상반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신인상 당선작 측백나무의 방 (외 2편) / 신단향 측백나무 가지가 늘어져 방을 만들었다 처진 커다란 가지를 들추고 들어가 보면 사람이 쉬었다 간 따뜻한 흔적이 있다 그 따뜻함을 비밀처럼 베고 아랫목인 듯 뒹굴어 본다 가지와 푸른 잎들이 사방을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19
[스크랩] 2011년 작가세계 등단작품 /전영관 2011년 작가세계 등단작품 /전영관 그늘 제조법 외 4편 불 꺼진 시장통로는 삼우제 끝난 상가 같다 어둠이 발목을 휘감으며 질겨진다 고양이가 떡집 좌판 밑에 웅크리고 이쪽을 응시한다 예민함이란 공포를 미화한 방패임을 들킨 듯 날카로운 동공을 세운다 손님이 놓고 간 생선가게 비린..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19
[스크랩] 2012년 여름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작/ 유안나 비 냄새 외 4편 유안나 저수지가 여자를 밀어내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엎어진 여자를 누군가 바로 누이자 귀와 코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그때 잠깐 구름 사이로 햇빛이 넘어왔다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무상으로 잉태된 눈부신 햇살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과 이마를 가렸다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19
[스크랩] 2012년 여름호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작/ 정동재 산순이를 온전히 읽다 외 4편 정동재 민망하지만, 끝까지 쳐다만 보고 있어야 했던 산순이의 짧은 봄날 이랑에 씌운 비닐 다 찢어진다는 옆집노인장 성화로 발정 난 암캐의 목걸이를 풀어주지 못했다 복날 잡으면 딱 한 그릇 깜인 옆집 개 한 마리 꼴에 수캐라고 다섯 배나 큰 산순이 뒤꽁..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19
[스크랩] 제10회 《유심》 작품상 - 터미널 2/이홍섭 터미널 2 이홍섭 강릉고속버스터미널 기역 자 모퉁이에서 앳된 여인이 갓난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누가 볼세라 기역 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다 저 모퉁이가 다 닳을 동안 그녀가 떠나보낸 누군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녀는 모퉁이..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08
[스크랩] 제18회 《지용신인문학상》당선작 - 쥐, 세입자들/민슬기 쥐, 세입자들 / 민슬기 남의 집에 구멍을 빌려 지으면서 시작된 식탐이다 무엇이든 훔쳐야 직성이 풀리는 업보다 어둠을 갉아먹으며 사람들의 은밀한 말소리를 귀담아듣는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으므로 속절없이 칸칸이 들어찬 어둠을 헤맨다 침묵이 답이라 믿으며 썩은 음식물 냄새로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03
[스크랩] 2012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 수상작 / 김용택 내가 살던 집터에서 마지막 기념 촬영 김용택 논두렁콩이 잘되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 어머니의 살은 콩알처럼 햇볕에 탄다. 콩은 낫으로 베지 않고 호미로 꺾는다. 뿌리째 뽑히기도 해서 흙을 탈탈 털며 핸드폰을 받는다. 응, 응, 응, 그래 잘 있다. 너는? 올해는 콩들이 다닥다닥 .. 다시 보고 싶은 시 20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