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의 새
금시아
돌을 주웠다
새의 한쪽 발이 빠져있는,
새의 한쪽 발을 얻었으니
돌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심장은 파드득
날아갈 꿈을 꾸었을 것이다
분명 돌이 물렁물렁하던 시절이었을 테지
발을 하나 놓고 간 새는 절뚝거리며
어디쯤 날고 있겠다
새의 한쪽 발은
무심코 길에서 차버렸던
풀숲에서 뱀을 향해 던져 버렸던
아니면, 하릴없이 물속에 던져 잃어버린
나의 한쪽 신발이 아닐까
두근두근 꾸었던 나의 꿈
그 꿈 어디쯤에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리고
나는 절름발이 새일까
새도 죽을 때는 돌처럼 부서지겠지
돌이 쩍 하고 갈라진다면
저 발은 날개를 달고 비상하겠지
돌을 닦는다
돌 틈 어디에서 외발을 씻거나
공중을 절뚝거릴 새의 발을 닦는다
돌 속의 새 발자국,
생략된 비밀들이 참 뾰죽뾰죽하다
—《미네르바》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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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아 / 본명 김인숙. 1961년 광주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4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시집『툭,의 녹취록』.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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