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문 / 손 미

문근영 2017. 10. 31. 12:27

 

   손 미

 

 

 

문이 열린다 네가 닫힌다

따라 나가던 내가 닫힌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문을 열고 들어가

무수히 많은 의자에 앉았었지만

 

벌컥 열고 들어와

누군가 너를 훔쳐갈까 두려웠다

 

비밀이었던 문이 삭제된다

힘주어 문고리를 물고 있던 복도도 사라진다

 

더는 애쓰지 말자

 

손잡이 떨어진 문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참 오래도 서 있었다

 

어쩌면 문 같은 건 아예 없었던 거다

나는 이제 니가 궁금하지 않다

 

 

 

                     —《시로 여는 세상》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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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 / 1982년 대전 출생. 2009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양파 공동체』.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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