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유령처럼 떠돈다
류인서
쓰레기더미에서 지독한 추억의 냄새가 난다
냄새를 쫓아 킁 킁 개가 짖는다
공갈뼈다귀라도 물고 놀지 그러니,
개가 지나간 쓰레기더미에서
비둘기 두 마리가 꽃다발을 쪼고 있다 헤집고 있다
버린 기억에 풀씨 같은 게 있었나,
쓰레기를 물어다 구애한다는 오렌지빛의 밝은 새가 떠올랐지만
나는 장미라는 기분의 흔한 안부에서 붉은빛을 지워버린다
저것은 한 때의 소화되지 않는 고통, 누군가 건너뛴 그을음 묻은 날짜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부푼 공기에서 생기를 얻는 냄새의 이목구비들
안경알에 묻은 꽃잎을 햇빛찌꺼기로 읽은 하루였으나
—《시와 세계》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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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 / 1960년 대구 출생. 2000년 《시와 사람》, 200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여우』『신호대기』.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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