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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 문화재 수난사>(56) / 국보 청동 향로와 <난중일기(亂中日記)> 도난 사건

문근영 2017. 4. 21. 02:54

<한국 문화재 수난사>(56) /

국보 청동 향로와 <난중일기(亂中日記)> 도난 사건



[표충사 청동 은입사 향완] 국보 75



봉은사(奉恩寺)에서 보물 321의 고려시대 청동 향로 도난 사건이 있은 지 17개월 후인 1965119일 새벽의 일이었다. 이번엔 경남 밀양의 표충사(表忠寺)에 보관돼 있던 국보 75의 또 다른 고려시대 청동 향로(정식 명칭은 청동함 은향완’)가 또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에도 도난 사실의 발견자는 국보 유물의 보호 관리자인 절 측이 아니라 밀양 교육청에서 향로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러 갔던 문화재 관계 직원이었다.


밀양 교육청의 이운성 문화계장이 표충사를 찾아간 시간이 마치 국보 향로의 도난 사실을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19일 오전 10시께였다. 그러나 그는 사실 아무런 예감도 없었다. 그는 사무적으로 유물관의 바깥문 열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유물함을 살펴보려고 하다가 국보 향로를 노린 침입자가 있었던 흔적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중삼중으로 채워진 자물쇠가 그대도 매달린 체 유물함은 무참히 파괴돼 있었다. 그리고 사라진 국보 향료, 승려들도 처음으로 그 사실을 알고 펄펄 뛰었다. 다른 유물들을 조사해 보니 사찰 보물인 금당저 하나와 가사 고리 1조도 없어져 있었다.


긴급 신고를 받은 밀양 경찰은 표충사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입체적인 범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승려들의 증언으로 사건 하루 전날인 18일 오후 2시께 부산 수산대학생을 자칭한 5명의 청년에게 도난당한 국보 향로를 특별히 관람시킨 사실을 주목했으나 범인의 단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경남 경찰국은 도난 국보의 해외 유출을 봉쇄하기 위해 부산과 기타 항구에 연락하고 형사를 급파하는 한편, 전국 경찰에 범인 체포의 협조를 의뢰하는 전국적인 수배를 강화했으나 범인은 교묘히 행방을 감추고 있었다.


신문들은 연일 도난당한 국보 향료의 사진과 특징 기타 상세한 기록을 보도하여 경찰 수사에 협력했고, 시민들의 협조도 간접적으로 있었으나 범인은 70일간이나 수사망을 피해 다녔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붙잡혔다. 528일 밤, 서울 영등포서가 확실한 정보를 입수하고 범인을 급습하여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표충사를 찾아가 계획적으로 국보 향로를 훔쳤던 주범 송 아무개(당시 30)는 서울 영등포구 고척동의 그의 집에서, 그리고 그가 훔쳐온 향로가 국보 지정 문화재인 줄 알면서도 5만 원에 사 갖고 있던 이 아무개(당시 43)는 충무로 3가에서 각각 체포, 긴급 구속되었다. 도난당했던 국보 향로는 장물아비였던 이 아무개의 집에 숨겨져 있었다.


당시 신문 보도를 따르면 이 아무개는 한국은행 촉탁으로 고금 회폐 컬렉션의 감정과 정리를 맡고 있던 자칭 고화 전문가로 S초급대학 강사라는 신분이었다. 주범 송 아무개도 대학 교육을 받은 인텔리 청년이었음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는 표충사 국보 향로를 절취한 뒤에도 경찰 수사망을 비웃으며 또 다른 범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경찰에서 자백한 바로는 그는 표충사에서의 범행 20일 뒤인 210일 새벽에도 경기도 안양시 안양읍의 염불암(念佛庵)에 침입하여 벽에 걸려 있던 불화를 훔쳤고, 다시 5일 뒤에는 강원도 오대산의 상원사(上院寺)로 가서 경계가 허술한 틈을 이용하여 작은 석불 좌상 2점을 훔쳐 서울로 갖고 와서 공모 관계의 장물아비였던 이 아무개에게 1,500원과 5,000원에 각각 팔아먹었다. 그 때의 불화와 석불 좌상 2점도 이의 집에서 압수되었다.


[이순신 난중일기국보 76



1967년에는 두 달 간격으로 국보 119연가 7년명금동 여래 입상과 역시 국보 76이 충무공 난중일기가 도난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문화재 관리당국에 대한 매스컴과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사건은 너무나 중대했다. 다행이 이번에도 도난당했던 두 국보 중 불상은 사건 발생 13시간 만에, 그리고 <난중일기>는 열흘 만에 되찾았지만, 거듭된 이 국보 도난 사건은 국가 지정 문화재의 보호 대책에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특히 불상의 경우는 백주에 덕수궁 미술관 진열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졌고, 범인은 그것을 훔쳐 팔아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뚤어진 영웅심과 사회에 대한 어떤 적의에서 사건을 저질렀던 듯한 증거와 경위를 남겨 관계 당국과 세인을 더욱 놀라게 하였다.

출처 : 불개 댕견
글쓴이 : 카페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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