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갈대 - 문근영
갈대의 핏속에도 나의 계보에도
일렁이는 바람이 유전되고 있다
강을 흔드는 갈대가 그랬듯이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불었다
저 홀로 깊어지는 강물처럼
흔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대는 오직
그 자리를 사랑으로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바람이 오선지를 펼칠 적마다
박자를 맞추며 새들은 음표처럼 날아가도
조용한 울음으로, 빛나는 자유로
사랑을 꿈꾸는 갈대는
새들의 귓속말을 악보의 빈칸마다 채워 넣는다
사랑도 그리움으로 깊어갈 때
가끔 흔들리지 않으려는 결의가 있었지만
바람에 허리 꺾인 통증은 깊을 것이다
말라버린 잎들 하나씩 물속으로 고개 숙일 때
잎 꺾인 자리에서 돋는 새잎
나에게도 빛처럼 환한 뿌리가 필요하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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