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담쟁이 - 문근영

문근영 2013. 3. 1. 12:54

담쟁이 - 문근영

 

 

아찔한 저 높이를 건너뛰면

붉은 벽돌을 층계처럼 오르는

성당 외벽 담쟁이에게 닿을 수 있을까

엿보고 싶은 오색유리 안쪽은

성지다, 체액은 끈끈해서

첨탑의 시간을 동여매지만

펼친 부채로 흔드는 잎들은

흔들리는 기도에 닿는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움을 흔드는 것

여명의 눈망울 쯤에 닿는

끈끈한 발바닥 같은 것

구멍 숭숭한 바람을 포옹하는 담쟁이는

그대를 포획할 수직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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