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어느 입양인의 말 - 문근영

문근영 2013. 2. 2. 00:37

어느 입양인의 말 - 문근영

 

 

나, 산과 물을 몰랐어요

푸른 물이 수평선 끌어당기며

달려오는 이유를 몰랐어요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며

다름과 동질성 속에서 회오리칠 때

아픈 다리를 절룩거렸지요

 

엄마와 함께 산 열 달이 모래알 같아

쓴 기억으로 씹히다 어느 순간 지워졌겠지요

 

그러나 나, 이제 알아요

잠깐의 봄날 속에 부려진 내 그림자와

언뜻언뜻 드러나 보이던 눈 젖은 양 떼들이

또 다른 구름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이젠 슬프지 않아요

유목민 핏줄 속에 흐르는 영혼의 허기 

일순간에 채울 수 없는

삶, 또 다른 게르의 방식들이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이

초원임을 알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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