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입양인의 말 - 문근영
나, 산과 물을 몰랐어요
푸른 물이 수평선 끌어당기며
달려오는 이유를 몰랐어요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며
다름과 동질성 속에서 회오리칠 때
아픈 다리를 절룩거렸지요
엄마와 함께 산 열 달이 모래알 같아
쓴 기억으로 씹히다 어느 순간 지워졌겠지요
그러나 나, 이제 알아요
잠깐의 봄날 속에 부려진 내 그림자와
언뜻언뜻 드러나 보이던 눈 젖은 양 떼들이
또 다른 구름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이젠 슬프지 않아요
유목민 핏줄 속에 흐르는 영혼의 허기
일순간에 채울 수 없는
삶, 또 다른 게르의 방식들이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이
초원임을 알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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