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애련愛戀 - 문근영

문근영 2013. 1. 26. 07:35

 

애련愛戀 - 문근영

 

당신 떠나 보내고 오래도록

어두운 바닷길 밝게 비춰주는

나는 등대이고 싶습니다

 

잠 설쳤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기다림의 파도에 발 묶였으므로

나는 포말 빛 등대입니다

 

철썩철썩 풀어놓는 그대 이름

빈 소라껍질 나뒹구는 해안선에 울려 퍼져도

메아리조차 보내오지 않는 당신

그대, 섬 안에서 물빛 그리움만 퍼올리다

나는 石花로 만개합니다

 

꽃 핀 망부석이 어디 있느냐고
천 년 뒤 누가 묻는다면
밤새 등대 불빛 삼킨 갯바위들이
모두 망부석이라 나는 말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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