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이 아팠을까
이규리
바람 부는 날, 종일 밖을 보면
바람의 뼈가 보인다
사람인 듯 바람에 뼈가 보인다
허공을 울리는 운판 소리
오래 전 어제와 글피가 돌아와 흔들리며
쓰는 말
바람이 손바닥을 가졌다면 허공은 늘 아팠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내다보면, 나를 보면
없는 말이 들린다
그 소리, 손바닥 아프도록 오래 부르는 소리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혼자 오래 있다보면, 울다보면
그건 제 안에 부는 바람, 제가 바람이었던 모든 부딪힘
더구나 어쩌자고 나무가 바람을 밀었나
제 속에 우수수 쓰러지는 풍경들
저 바람이 바람을 다 살고 말겠다
-『시산맥』(2011,여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진란]혼자 노는 숲 -1-우울의 포지션外2편 (0) | 2012.01.01 |
---|---|
[스크랩] [이승주] 나무의 말 (0) | 2012.01.01 |
[스크랩] [김명수]월식(月蝕)-[이성선]월식-[강연호]월식-[남진우]월식-[김산]월식 (0) | 2011.12.31 |
[스크랩] [송종찬] 겨울강 (0) | 2011.12.31 |
[스크랩] [박이도] 이내 (0) | 2011.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