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규리] 허공이 아팠을까

문근영 2012. 1. 1. 11:06

 

허공이 아팠을까

 

 

 

이규리

 

 

 

바람 부는 날, 종일 밖을 보면

바람의 뼈가 보인다

사람인 듯 바람에 뼈가 보인다

 

허공을 울리는 운판 소리

오래 전 어제와 글피가 돌아와 흔들리며

쓰는 말

 

바람이 손바닥을 가졌다면 허공은 늘 아팠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내다보면, 나를 보면

없는 말이 들린다

 

그 소리, 손바닥 아프도록 오래 부르는 소리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혼자 오래 있다보면, 울다보면

그건 제 안에 부는 바람, 제가 바람이었던 모든 부딪힘

 

더구나 어쩌자고 나무가 바람을 밀었나

제 속에 우수수 쓰러지는 풍경들

 

저 바람이 바람을 다 살고 말겠다

 

 

 

 

 

-『시산맥』(2011,여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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