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박이도
새벽이 오는 소리에
세상은 눈을 뜨고
나는 숲속으로 간다
모여드는 짐승들과
간밤의 꿈꾼 이야기로 목을 축이고
다가온 계절의 설화를 이야기한다
나는 계절의 전령사傳令士,
저 해와 달을 거느리고
내일을 좇아 달려왔네
소슬바람에 깨어나 보니
한세월 간데없고
세상엔 이내로 저물어가는구나
푸르스름, 불그레
어둑어둑 잿빛 이내여,
아득하구나
내 눈은 침침하여
이제 영혼의 돋보기를 껴야 할 때
저 아름다운 빛, 황홀한 이내
산마루에 걸린
내 영혼의 풍경이로다
-시집『어느 인생』(문학의 전당, 2010)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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