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박이도] 이내

문근영 2011. 12. 31. 12:18

이내

 

박이도

 

 

새벽이 오는 소리에

세상은 눈을 뜨고

나는 숲속으로 간다

모여드는 짐승들과

간밤의 꿈꾼 이야기로 목을 축이고

다가온 계절의 설화를 이야기한다

나는 계절의 전령사傳令士,

 

저 해와 달을 거느리고

내일을 좇아 달려왔네

 

소슬바람에 깨어나 보니

한세월 간데없고

세상엔 이내로 저물어가는구나

푸르스름, 불그레

어둑어둑 잿빛 이내여,

아득하구나

 

내 눈은 침침하여

이제 영혼의 돋보기를 껴야 할 때

저 아름다운 빛, 황홀한 이내

 

산마루에 걸린

내 영혼의 풍경이로다

 

 

 

-시집『어느 인생』(문학의 전당, 2010)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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